TI는 필리핀을 택했다..`세계의 공장` 中 위기감

세계 최대 휴대폰용 칩업체, 10억불 공장 중국 아닌 필리핀에 짓기로
`싼맛에 중국`은 옛말..`필리핀 등 대안 투자처 발굴 활발해질 것`
  • 등록 2007-05-04 오후 4:06:10

    수정 2007-05-04 오후 4:06:10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세계의 제조공장`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는 신호탄인가.


세계 최대 휴대전화 반도체 제조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가 10억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 건설 부지로 필리핀을 택하면서 중국에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TI의 이번 결정을 `아시아에서 가장 비용대비 효율성이 높은 공장 부지는 중국`이라는 고정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 사건으로 평가했다.

산업이 집중된 동부 해안 지대의 지가가 치솟고, 근로자 임금 상승률이 수년째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중국의 산업환경이 기업을 대안 투자처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WSJ도 중국과 필리핀을 후보에 올려놓고 고심하던 TI가 결국 필리핀을 선택한 것은 다른 기업들이 중국 외의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인텔 등 글로벌기업 `탈(脫) 중국` 잇따라
 
기업의 `중국 탈출`은 벌써부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5억달러 규모의 웨어퍼 제조설비를 중국에 건설하기로 한 인텔조차도 `탈(脫) 중국`를 시도하고 있다.

인텔은 올초 10억달러를 들여 베트남에 반도체 테스트 및 조립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루즈 로렌조 ATR-킴 엥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기업들에 있어 비용 효율성은 더 이상 중국행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더욱 주목받는 `제2 중국`..교육수준 높고 영어 구사
 
TI의 이번 부지 선정이 중국과의 경합 끝에 결정된 것이 드러나면서 투자처로서의 필리핀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TI의 케빈 리치 기술 부문 선임 부회장은 "교육수준이 높고 노동자들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필리핀을 공장 부지로 선정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앞다투어 필리핀에 콜센터나 비즈니스 업무 관련 지사를 신설하고 있다.

TI의 결정이 보도된 직후 필리핀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낼 정도로 기대에 부푼 표정이다. 아로요 대통령은 "필리핀 경제가 최근 상승세라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인한 신호"라며 TI의 결정을 반겼다.

TI의 신규 공장 부지가 미국의 공군 기지 철수 이후 침체를 겪고 있는 클라크 자유무역항 지구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필리핀의 기쁨은 배가됐다.
TI의 신규공장 부지로 알려진 클라크자유무역항지구

루즈 로렌조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필리핀 경제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보는지를 TI의 이번 결정이 암시해줬다"고 말했다. WSJ도 TI가 새로운 공장부지로 필리핀을 택함으로서 필리핀의 재정 안정성에 한표를 던졌다고 평했다.

지난해 5.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필리핀 경제는 올해 6.1~6.7%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증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가장 큰폭으로 상승한 지수 가운데 하나인 필리핀 PSEi 지수는 올해도 현재까지 9.7% 올랐다.

TI의 새 공장 착공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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