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버핏같은 펀드매니저가 왜 없을까?

  • 등록 2003-08-25 오후 1:40:54

    수정 2003-08-25 오후 1:40:54

[edaily 김종서기획위원] 요즈음 국제금융시장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 온 것같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메가바이트 시대라고 통신과 컴퓨터가 발달되어 빛의 속도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넘나들면서 주식, 채권, 통화, 금리, 선물, 옵션 등에 투기자금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매일 거래되는 1조3000억달러 중에 98%가 투기자금이라고 하니 국제금융시장이 완전히 카지노 화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투기세력들은 좋은 먹이 감이 나타나면 무서운 야수로 돌변하여 서슴없이 공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다. 물론 투기가 지나치면 그 나라의 국민경제는 거품현상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즉 투기가 물가압력으로 작용하여 부의 양극화, 부실 채권의 대량 양산 등으로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 자산 디플레이션 등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세력들에겐 이런 국민경제의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리품을 챙겨서 떠나면 그 뿐이다. 그래서 국민경제를 안정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증권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요청되고 있는 실정이다. 워런 버펫이 나올 수 있는 길은 아예 봉쇄되고 있어 지난 7월,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 현황 및 매매형태 분석`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은 종합주가지수 800선을 넘으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외국인들이 파는 주식을 사들이고 반대로 주가지수 600선 이하로 내려가면 개인투자자와 함께 투매 하는 전형적인 바보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가하락 기에 보유주식을 대폭적으로 매도하여 보유비중을 크게 축소시키고 2002년 기관투자가의 매매회전율은 498.06%로서 외국인 183.05%보다 2.7배나 높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단기매매차익에 집착하면서 주식투자를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전형적인 초보자와 같이 마이너스 게임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내 기관투자가들에게 시장을 안정화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한국증권시장의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기관투자가들이 왜 중장기 가치투자를 할 수 없는 것일까? -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의 강점을 살려 주식이 과도하게 떨어졌을 때 멋지게 주식을 매입, 주가하락을 진정시킬 수 있을 텐데 .... - 주가가 과도하게 달아올랐을 때 과감하게 매도하여 많은 매매차익을 실현시키는 흐뭇함을 맛볼 수 있을 텐데 ........... 그런데 이런 것들을 기피하고 단기 매매차익에 집착하는 초보자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증권거래소가 투신운용, 자산운용, 증권사, 은행, 연 기금, 보험 등 기관 76개사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그 해답은 분명하다. 첫째, 기관 스스로 안전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식투자가 운용상의 제약이 많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들고 있지만 이는 이차적인 문제이다. 결국 금융기관의 최고 경영자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단기실적주의에 매달려 자신의 보신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중장기 가치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단기실적주의에 매달리는 금융기관의 최고 경영자들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둘째, 주식투자를 확대할 수 없는 장해요인으로는 기금운용에 대한 내부규제가 많고 증권제도의 불합리성이 많아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각종 규제가 심하고, 신탁상품의 만기가 1년으로 되어 있는 것을 2년 이상 장기로 연장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 개방된 증권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외국인과의 경쟁에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안위에 관한 긴박한 문제인 것이다. 셋째, 펀드매니저의 잦은 성과평가 때문에 1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분기별, 반기별 평가에다 월별, 주간별 체크까지 도입하여 펀드매니저들을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장기 가치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인가? 초보자와 같이 올라가는 주식이 있으면 따라 잡고 떨어지면 팔아 버리는 단기 매매차익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 펀드매니저의 잦은 성과평가를 선진국과 같이 최소 2, 3년 단위로 연장시켜 마음놓고 중장기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펀드매니저들의 손발을 묶은 채 외국인과의 수익률 경쟁에서 승리하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 한국에서는 워런 버펫이 나올 수 있는 길은 아예 봉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장기 가치투자로 38년 간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린 워런 버핏 세계경제가 카지노 화되어 있는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돈을 잃지 않는 것”이 주식투자의 기본원칙이라는 철학을 평생 지켜 온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워런 버핏이 있다. 그는 중장기 가치투자로 1965년부터 최근까지 38년 간 매년 평균 25 -30%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려 투자원금의 3000배나 불린 세계 두 번째 부자이다. 7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펀드매니저의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그의 패기와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 나오는 것일까? 주식이 과연 위험자산인가? 주식이 위험자산이라면 38년 간 매년 평균 25 - 30%라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겠는가? 워런 버핏의 투자기법을 배워 주식투자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주식은 더 이상 위험자산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투자기법은 “증권분석”이라는 기본적인 투자이론을 체계화시킨 벤자민 그레이험에서 85%, 나머지는 필립 피셔에서 15%를 결합하여 이룩한 것이라고 한다. 즉 그레이험으로 부터 원금보전 전략과 내재가치를 통한 투자기법을 배웠고 필립 피셔로부터 질적 분석과 집중투자전략을 보완하여 현실적 투자전략을 수립하였다고 한다. 그는 항상 데카르트의 명언“ 아는 것이 힘이다. 그렇지만 지식이 많다고 해서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명심하고 나름대로 투자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급변하는 시장에서도 중용적 상황인식을 하도록 노력하면서 이에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지혜를 갖도록 노력하여 세계적인 펀드매니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레이험은 “주식투자는 10달러 주식을 5달러에 사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즉 주식투자는 “이익에 비해 주가는 낮고 순자산가치는 높으며 낙폭이 큰 회사”를 골라 투자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저 평가된 가치주를 선택하는 일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10년, 20년 살집을 고르듯이 신중하게 정직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경영하는 동화 같은 주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투자에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시장이 5년 동안 문을 닫는다고 해도 아무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는 주식을 산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과 정성이 월가의 신화를 만들어 냈고 7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명성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권시장에서도 워런 버핏과 같은 세계적인 펀드매니저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그래서 해외 투기세력으로부터 국민경제를 굳건히 지켜내고 동북아 경제권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이는 결국 정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 펀드매니저 자신들이 합심하여 열악한 풍토를 개선시키고 중장기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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