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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바레인 등 중동 4개국과 카타르 간 외교 단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카타르를 방문 중이던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미 국무부는 앞서 틸러슨 장관이 2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파키스탄, 인도, 제네바 등 중동·남아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프간과 이라크는 명단에 없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의 아프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간은 미국이 탈레반과의 대(對)테러전을 치르고 있는 곳으로 최근 탈레반의 위협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철군 전략을 뒤집고 아프간에 4000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기로 결정해서다. 틸러슨 장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이 지역을 방문하게 된 것은 탈레반에 맞서고 있는 아프간 뒤에 미국의 지원이 있음을 재차 확인시켜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총리격인 압둘라 압둘라 최고 행정관을 만나 “우리는 탈레반 세력과의 싸움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탈레반 세력은 결코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 바그다드도 ‘깜짝’ 방문해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분리·독립을 둘러싼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KRG) 간 갈등 치유 방안과 향후 이슬람국가(IS)를 완전히 몰아낸 이후 이라크 재건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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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장관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서도 관계국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순방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권, 영토 보전, 항해의 자유, 공정 거래 등 서로 공유되는 가치관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은 이달 초 중국과 베트남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개시해 중국 측의 반발을 샀다. 중국은 해당 지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제법상 공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음 달 3일 하와이 방문을 시작으로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북아 3개국에 이어 베트남과 필리핀을 순방한다.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각국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 구축 방안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그는 방일 중 납북 일본인 피해자 가족들을 만날 예정이며 한국에선 국회 연설 및 국립묘지 참배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만 국회 연설을 한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하며 아주 특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