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전에 하영구 행장이 나서 특화된 `스미스 바니`형 증권사를 설립하겠다고 장담했지만, 한국씨티은행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이유는 어이없게도 부실한 사업 계획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금융당국에 위탁매매 및 자기매매 증권업 신규진입을 신청하면서 사업계획서상 펀드 판매를 90%이상으로 설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펀드 판매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기존 은행도 펀드는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증권사의 라이센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사업 비율이 정해져있거나 별도의 펀드 판매 비중이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펀드 판매가 주된 목적이라면 굳이 증권사를 설립할 필요 없이 현행 은행 창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증권업 자체보다는 구색맞추기로 증권사 설립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주요 증권사의 펀드 판매수익 비중은 10~15%정도인데 펀드 판매 비중이 90%가 넘는다면 수 백억원을 들여 증권사를 새로 설립하는 취지가 무색하다"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증권사를 구색맞추기용으로 설립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 행장이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9월까지 `스미스 바니`형 소매 중심 증권사를 설립하고 내년 초에 지주사를 출범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지 열흘만에 고배를 마신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번 증권 심사 탈락에 대해 "이의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향후 방향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부실한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씨티가 지향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형 증권사는 단계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중소기업은행(024110)과 SC제일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사 설립 허가를 받고 오는 7월 본허가까지 획득하면 당초 계획대로 연내 증권사 영업에 뛰어들게 된다.
한국씨티은행이 증권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다시 설립 허가를 신청할 수 밖에 없다. 지주회사 전환도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경쟁은행들이 변신을 시도하며 비은행권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사이, 한국씨티은행은 치밀하지 못한 사업계획서 때문에 망신만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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