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대형 차입매수(LBO) 투자에 적극 나섰던 사모펀드들은 신용위기가 한풀 꺾이자 `바닥`을 감지한 듯 금융사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씨티그룹 등의 레버리지 론 채권을 염가에 사들이고자 협상중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도움을 얻어 JP모간체이스가 나서기 전 위기의 베어스턴스를 `먹으려` 했던 것도 사모펀드였다.
◇사모펀드, 금융권 투자 본격화..씨티그룹 등 레버리지론 매입 협상
그러나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자금 융통을 담당해 왔던 자회사 칼라일 캐피탈이 마진콜(margin call; 증거금 보전 요구)사태로 부도를 맞자 대표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까지 흔들렸다. 사모펀드 업계 전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사모펀드, 다시 제자리로…은행권 부실채권 사들인다
사모펀드들의 자금난이 심해지면 은행권이 제공한 차입 인수 대출도 부실화한다.
자본 압박에 시달리게된 은행들은 사모펀드에 대줄 돈이 없어진 것은 물론, 레버리지 론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헐값 매각에 나서기 시작했다.관련기사 ☞ 서구 은행권 부실채권 유동화 `시동`
씨티그룹은 12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론 채권을 패키지화해 매각에 나섰고,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도 나섰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이 매각하고자 하는 곳은 또 사모펀드다. 사모펀드 때문에 생긴 부실을 다시 사모펀드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 사모펀드로 인해 부실해진 대출채권을 저 사모펀드가 사들이는 식이다.
씨티는 사모펀드 아폴로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TPG 등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중이며, 늦어도 실적을 발표하는 오는 18일 이전까지 협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역시 사모펀드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머니게임으로 변한 시장, 사모펀드에겐 또 `기회`
사모펀드는 사실 LBO 외에도 통상 벤처투자나 잠시 부실해진 기업이나 금융사에 투자해 돈을 버는 전략을 추구한다.
수익을 추구하는 것, 즉 머니 게임(money game)이 최고의, 궁극의 목표다. 사모펀드는 신용위기가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설 조짐을 보이자 회복이 기대되는 금융사 투자에 무게 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칼라일이나 KKR 등은 이미 관련 전담팀을 꾸려 금융기업 투자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워버그 핀커스는 세계 최대 채권 보증업체 MBIA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바닥온다"…美사모펀드, 금융株 염가매수에 `혈안`
J.C.플라워즈 &Co.는 JP모간이 나서기 전 베어스턴스 지분 90%를 인수하는 것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반대에 부딪쳐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만약 사모펀드가 월가 투자은행을 인수하게 됐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M&A도 소리없이 성사
사모펀드들은 금융권 투자 뿐 아니라 기존에 해 왔던 일반 기업 M&A 및 투자에도 소리없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랙스톤과 CVC 캐피탈 파트너스는 영국의 펍(Pub) 운영업체 미첼스&버틀러(M&B)지분 29.9%를 사들였고, 퍼미라 어드바이즈도 M&B에 투자했다.
칼라일은 야쉐케나지 어퀴지션과 맨해튼 매디슨 애버뉴에 있는 고층 건물을 6억8000만달러에 사들였다.
부실 기업 인수에 나서기 위한 펀드도 결성했다. 칼라일은 이달 초 13억5000만달러 규모의 `칼라일 스트레티직 파트너스 Ⅱ` 펀드를 결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의 채권을 매입하는데 집중 투자키로 했다. 관련기사 ☞ 칼라일, 부실자산 사냥 나선다
이렇게 사모펀드의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UBS에서 LBO 뱅커로 있었던 존 시닉은 사모펀드 타워브룩 캐피탈 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뱅커가 만든 타워브룩은 북미 및 유럽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인물. 최근 약 17억달러 규모의 새 펀드를 결성한데 이어 곧 이 규모를 25억달러까지 늘려 야심찬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