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보건당국에서는 역학조사 결과, 식중독이 CJ푸드시스템의 과실로 판명될 경우 영업허가 취소 등 강력제재 방안을 강구중이다.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학교 급식 식중독 문제에 대해 이번 만큼은 엄중히 처벌,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는데다 학부모 단체를 비롯, 시민단체들도 팔을 걷어 부치고 있어 CJ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해당기업과 그룹 계열사의 주가하락은 물론 이미지 추락 등 유무형의 손실도 적지 않다. 업계는 향후 당국의 조치와 함께 CJ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CJ푸드, 자발적 사업중단 결정.."모든 책임 다하겠다"
CJ푸드시스템은 전날 밤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도 달게 받겠다는 의지다. 실질적인 조치도 잇따랐다.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전국 93개교의 급식을 전면 중단한데 이어 23일에는 현재 거래중인 1700여개의 사업장에 대한 식자재 공급을 원인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CJ푸드시스템의 전체 매출액의 88.3%의 비중을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로 사실상 영업중단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CJ그룹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영업중단에 가까운 조치를 결정한 것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조기에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날 경우 피해 학생에 대한 입원비 등 치료비 지원도 검토중이다. CJ푸드시스템에 따르면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던 3명의 학생 중 2명은 귀가했으나 1명은 입원가료중이다. 교육당국은 단체급식으로 인한 피해학생수가 17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버려야 산다"..고육지책으로 위기탈출 모색
CJ푸드시스템이 이처럼 사실상의 영업중단 조치를 취해 가면서까지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향후 기업의 운명을 판가름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식중독 사태는 급식업체로서는 가장 치명적인 사고. 현재 CJ푸드시스템에서 제공하는 학교와 병원·군부대·직장 등 단체 급식사업장은 1700 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CJ푸드시스템은 618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식자재 유통 사업은 시장점유율 1위, 단체급식사업은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역대 최대규모로 앞으로 유사사례 발생시 대표적 케이스로 거론되며 장기적으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번 사태를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못하면 향후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사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사태 조기수습에 대한 필요성을 배가시켰다. CJ그룹이 식품사업을 모태로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모기업인 CJ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식중독 사태가 전 언론에 보도된 23일 아침, CJ푸드시스템의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물론, 그룹 계열사로 주가하락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당국, 정치권 강경기류..CJ 탈출구는 어디
CJ푸드시스템의 운명은 일단 23일 발표될 식중독 여부 조사결과와 이후 나오게 될 식약청의 역학조사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 식자재 오염 등 CJ푸드시스템측의 유통·관리에 잘못이 드러날 경우 영업인가 취소와 영업장 폐쇄 등 강력한 제재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충격이 간단치 않은 점을 감안, 정부 당국이 엄격한 조사에 나섰고, 정치권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제재조치와는 별개로 CJ그룹의 적극적인 대응 여부가 향후 회사의 사활을 판가름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CJ는 지분법 평가손실 뿐만 아니라 식품업체로서 가격을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 손실을 입게 됐다"며 "향후 소비자의 반응과 여론의 동향에 따라 CJ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의섭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CJ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나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CJ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위생과 관련된 사고는 그 자체로 파장이 큰 데다 누구라도 완전히 피해가기는 힘든 리스크"라면서 "CJ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를 업계 모두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