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힘입어 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식시장이 연말 `산타랠리`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올 연말 시장상황을 좌우할 최대변수는 소비심리 회복여부다. 이를 가늠할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 특수시즌이 추수감사절과 함께 돌아왔다. 올연말 세계경제의 흐름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해줄 미국 경제의 연말경기를 진단해본다.
23일(현지시간)자 미국의 언론들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휴가에 나서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시작되고 터미널과 공항이 붐비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미국 최대의 휴가시즌이자 쇼핑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기업실적 및 주식시장 랠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24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연휴는 연간 소매업체 매출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대목`으로 미국의 소비 경기를 좌우할 수 있는 `쇼핑 시즌`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백화점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날이라는 의미로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을 앞두고 미국 기업들은 올해 연말 특수가 되살아날 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주변 환경은 나쁘지 않다. 두 차례에 걸친 초강력 허리케인의 충격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완연한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도 주식시장의 `산타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단, 고유가 상황에서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는 유의해야 할 항목으로 지적됐다.
◇미시간대 소비자지수 상승..전미소매협회 매출전망 상향
23일 미시간대학은 11월 소비자신뢰지수(최종치)가 81.6을 기록해 지난달 74.2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달초 발표됐던 잠정치 79.9는 물론 월가 예상치도 상회하는 수치다.
RBS 그리니치 캐피탈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값이 하락과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제 성장이 소비자심리 회복을 돕고 있다"며 "허리케인 피해를 예상보다 더 잘 극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NRF의 로잘린드 웰스 이코노미스트는 "9월 수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직후에 발표된 것"이라며 "당시에는 모든 것이 우울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웰스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모두 호조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10월 이후 휘발유 가격이 하락한 것이 쇼핑시즌 전망을 밝게 만들어주고 있다"며 "연말 연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12월 홀리데이 시즌의 소매업체 매출 증가율은 6.7%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8~9월의 허리케인 충격으로 한 동안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은 멕시코만의 석유시설 복구와 더불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IBD)가 집계하는 소매업체들의 주가(그래프)도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2일 미국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189달러로 전날 2.202달러에서 하락했다. 지난 9월2일의 사상 최고가(3.057달러) 이래 28% 급락한 것이다.
◇고유가는 여전..부동산·실업증가도 `유의`
신용평가가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의 베스 보비노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고유가 부담이 지난 얼마간의 집값 상승과 저축률 감소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소비자들은 첫번째 난방유 고지서를 받는 즉시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유가에 따른 성장 저하와 인플레이션도 소매판매에 뜻밖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부정적인 지표들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23일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한 노동자 수가 전주보다 3000명 증가한 33만5000명으로 한달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로 허리케인 관련 신규 실업자가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시간대 조사에 앞서 발표된 컨퍼런스보드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도 85.0을 기록해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하회한 바 있다. 9월과 비교해선 2.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년간 소비자신뢰지수의 평균치는 98.4였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모기지론 금리가 2년래 최고치로 상승한 것도 대출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CNN 머니는 부동산 경기 침체는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향후 미국 가계의 소비 위축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