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상욱기자] 13일 개최된 국회 쌀협상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에서는 협상결과를 둘러싼 이면합의 논란과 함께 정부의 협상전략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오늘 청문회에서는 주로 쌀협상과정에서의 이면합의 존재여부, 쌀협상과 주요국간 부가합의 연계여부, 정부의 협상전략, 국내 농촌보호대책 등이 주로 질의됐다.
또 중국산 사과와 배, 아르헨티나산 가금육과 오렌지 등에 대한 신속한 수입위험평가 절차 합의배경, 인도와 이집트산 쌀의 추가구매 등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다만 여당은 협상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보다 정부의 홍보부족으로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야당은 협상결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정부가 지난 2001년 입찰 규격을 변경, 단 한톨도 수입되지 않던 미국쌀이 매년 전체 수입 물량의 25%정도 수입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 압력에 따른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강 의원은 또 쌀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의 시장점유율 보장요구에 대해 우리측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답한 것과 관련, 정부측 태도를 강도높게 지적하면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의 신경전도 벌였다.
김 본부장은 강 의원이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과정에서 정부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강 의원이 "질의하는 중간에 그런 태도를 보이냐"고 지적하자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강 의원이 "질문이 모두 끝나면 답하라"고 하자 김 본부장은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답을 드리는 것"이라고 맞섰다. 보다못한 조일현 특위 위원장이 "앞으로 효율적인 질문과 답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강 의원에게 추가질의시간을 주는 차원에서 중재에 나서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강기갑 의원외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도 거셌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농림부 장관이 지난해 말 협상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쌀협상 관련 부가합의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광우병 파동으로 전면 수입중단 상태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미국과 쌀 관세화 유예 협상카드로 맞바꾼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같은당 정문헌 의원도 "쌀협상 타결에 급급한 나머지 개별국가와의 양자합의 과정에서 상대국 요구가 거의 반영된 이번 협상 결과는 낙제점 이하"라며 "협상 초기에 정했던 원칙과 허용안은 일정에 쫓기면서 조속한 타결을 위한 `묻지마 수용"으로 바뀌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번 협상에서 이면합의는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정부의 협상결과 발표과정이나 후속조치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했다.
우리당 최 성 의원은 농업관계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이번 협상의 문제점이 협상시스템 및 전략 자체의 문제보다 농민단체 의견수렴 부재, 정부의 일방적 협상 태도, 국내 홍보대책 부재 등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중식 의원도 "정부가 쌀 협상과정을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미흡함을 드러내 의혹만을 증폭시켰다"며 지적했다.
다만 "비밀문서 열람과정에서 이면합의가 없었음을 확인했다"며 "정부가 쌀협상 과정을 국민에게 발표하면서 일부 미흡함을 드러낸 점은 앞으로 있을 DDA협상 등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공세에 이날 증인 및 참고인으로 참석한 정부인사들은 이면합의 의혹에 대해 전면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미국산 쌀에 대한 국내 시장점유율을 보장했다는 주장과 관련 "보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받을 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문 `take note"는 유의한다는 의미로 보장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의의 노력을 하겠다는 것도 구속력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은 미국이 쌀협상과 쇠고기 수입재개를 연계했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은 협상 처음부터 쌀과 쇠고기를 결부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쇠고기와 다른 농산물과는 결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본부장도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면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담보할 수 있으며 책임질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지난 4월 쌀협상 결과 발표과정에서 중국 등과의 부가사항이 빠진 것과 관련 "30페이지에 달하는 결과문을 요약하면서 빠진 것 같다"며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쌀협상 당시 민간대표로 참석한 경북대 김충실 교수는 "부가적 합의사항에 관한 것을 제외한다면 본 협상 내용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정부가 부가적 합의사항을 다룬다는 것은 몇 차례 발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