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지연되면서 "약발"이 떨어진 현대의 자구책에 대한 자금시장의 반응은 다소 시큰둥했다. 오전 한때 증시에서는 기대매수세가 유입되며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지만, 매수 신호로 로까진 확산되지 못했다.
14일 증시에서는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한 개인 매수세가 거래소와 선물시장을 분주하게 오갔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보수적인 제스쳐를 취하며 좀더 지켜보자는 반응이었다. 일단 개인의 힘으로 거래소와 선물시장은 소폭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한계를 보이며 사흘째 조정을 받았다.
외환시장도 "재료보다 수급"에 충실하며 장 막판 일부 은행의 달러매수로 환율이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입찰로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단기물 위주의 이익실현 매물로 금리가 상승했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자동차의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가 감지되는 긍정적 모습은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04포인트 상승한 733.25포인트, 코스닥지수는 0.57포인트 하락한 115.8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또 최근월물인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0.85포인트 오른 93.20포인트, 3시장의 수정주가평균은 지난주 금요일 보다 880원(6.12%) 오른 1만5257원으로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11일보다 30전 높은 1115.7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주말과 마찬가지로 이날 체결된 가격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3년물 국고채 최종호가수익률은 전주말보다 1bp 오른 7.74%, 3년물 회사채는 전주말과 같은 8.91%, 2년물 통안채는 2bp 오른 7.58%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현대 자구책 발표와 자금시장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11.04포인트 상승한 733.25로 장을 마감했다.
주도주 없이 중소형 개별종목이 각개약진하는 현상은 오늘도 지속돼 상승종목이 상한가 101개를 포함, 758개에 달했다. 하락종목은 하한가 4개 등 95개다. 거래량도 3억2190만주로 거래가 활발했으나 저가주와 개별종목의 상승세로 거래대금은 1조9621억7200만원에 그쳤다.
종합주가지수는 개장초부터 급등세를 보여 한때 전일대비 20포인트 이상 상승했으나 후장들어 이익실현 및 차익실현매물과 프로그램매도가 증가하면서 상승폭이 둔화됐다.
외국인은 오전중 순매도를 기록했으나 오후들어 매수에 가담해 372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257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930억원의 프로그램매수(매도 537억원)에도 불구 591억원을 순매도했으며 투신이 485억원 순매도, 증권이 290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전문가들은 당분간 중소형 개별종목 위주의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수상승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현대의 자구계획 발표, 실적호전 등의 호재가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시장은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전날보다 0.57포인트 하락한 115.82포인트로 마감, 3일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장 초반에는 현대 자구계획 발표에 힘입어 상승으로 출발했으나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반기보고서 제출 마감일을 맞아 등록기업들의 대폭 호전된 실적이 속속 발표됐으나 약효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성적인 수급불안에다 매수주체 실종, 주도주 부재라는 시장 내부의 악재가 더 크게 작용했다.
이날도 기관과 외국인이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기관의 경우 투신권 131억원을 비롯해 173억원의 매도공세를 퍼부었으며 외국인도 오후들어 팔자물량을 늘리며 206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개인 홀로 45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받쳤다.
개별종목 장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리종목과 신규등록주가 약세를 보인 데 반해 대형주가 반등을 시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국민카드(+700원) 하나로통신(+50원) 기업은행(+180원) LG홈쇼핑(+500원) 쌍용정보통신(+3100원) 등이 올랐다.
이날 오른 종목은 상한가 34개를 포함한 224개, 내린 종목은 하한가 21개를 비롯한 317개였다. 막판에 상한가와 하한가 종목이 크게 늘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거래소로 옮겨가면서 거래규모는 더욱 위축됐다. 거래량은 1억7673만주, 거래대금은 1조5751억원으로 거래소에 훨씬 못미쳤다.
선물시장은 외국인의 보수적 매매에 힘을 받지 못한채 20일선 돌파에 실패, 소폭 상승에 만족해야 했다. 개인과 투신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순매도로 초반 상승폭을 계속 좁히면서 장을 마감했다. 최근월물인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0.85포인트 오른 93.20포인트를 기록했다.
3시장도 "꼬까방 부도"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강한 반등에 성공했다. 3시장의 수정주가평균은 지난주 금요일 보다 880원(6.12%) 오른 1만5257원으로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벤처가 7.72% 오르며 일반(4.53%)의 상승률을 앞질렀다.
이날 3시장은 꼬까방의 부도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주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저가주 위주로 들어오면서 오전 초반 한때 10% 이상의 급등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줄였다.
◇외환시장
현대가 외환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기는 힘들었다. 이날 외환시장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달러수급에 따라 움직였고 달러/원 환율은 장중 내내 지난주말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의 보합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마감직전 일부 은행의 투기성 달러매수가 등장하면서 환율은 소폭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개장초 주가상승과 현대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져 급락했지만, 오후들어 기업 결제수요와 달러매도초과(숏) 상태였던 일부 은행의 달러되사기로 1115원대에 올라섰다. 이후 환율은 마감 5분전까지 1114.80~1115.20원의 좁은 범위를 오르내렸으나 시장의 매물부족을 틈타 일부 은행들이 달러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4시25분 1115.50원으로 오르며 지난주말대비 오름세로 반전했다.
결국 지난 11일보다 30전 높은 1115.7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주말과 마찬가지로 이날 체결된 가격중 최고가였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72억원 주식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 206억원 순매도를 각각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16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8일이후 5영업일째 순매수를 지속하며 총 3991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한 셈. 그러나 순매수 규모가 많지않아 16일이후 외환시장에 공급될 외국인 주식매수물량은 1억달러에도 못미쳐 환율흐름에 영향을 주기 어려울 전망이다.
역외세력은 오후장 중반 잠시 달러매수에 나섰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않았다. 달러/원 환율은 일본의 금리인상에도 불구, 108엔대 중반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여 원화환율 흐름에 영향을 끼치지않았다.
주초를 맞아 기업체 결제수요는 꾸준히 이어졌다. 외국계 은행 한 딜러는 "환율하락 기대심리에도 불구, 결제수요가 일부 등장하면서 환율이 장중내내 보합권을 유지했지만 전반적으로 거래가 무척 한산했다"며 "시장을 움직일 동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채권시장에서는 3년물 국고채 입찰에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단기물 위주로 이익실현 매물이 나와 금리가 소폭 올랐다. 3년물 국고채는 7.70%에 6000억원이 낙찰됐으나 매수세 확산에 실패, 장마감후 전주말 대비 2~3bp 오른 금리로 단기채 매물이 소화됐다. 한편 현대그룹 자구안 제출과 관련 자동차, 중공업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개장초부터 국고채 입찰을 의식,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국고채 입찰(2000-12호)에는 총23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응찰규모는 1조3490억원이었다. 낙찰금리는 7.70%(부분낙찰률 55%)로 오전장 분위기에 비하면 낮은 금리였으나 당초 예상했던 7.7%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3년물 국고채 최종호가수익률은 전주말보다 1bp 오른 7.74%, 3년물 회사채는 전주말과 같은 8.91%, 2년물 통안채는 2bp 오른 7.58%를 기록했다.
국고채 입찰전에는 낙찰금리가 7.7%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다시 한 번 유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1년물 단기금리가 7%초반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하락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시장분위기로 볼 때 다음주까지 공급되는 채권물량을 소화하기도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일 통안채 입찰이 있고 다음주에는 5년물 국고채(외평채를 대체발행할 경우)와 산업은행의 변동금리부사채(FRN) 발행 등이 대기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국고채 입찰이후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은 것으로 봐서 금리가 추가로 떨어지는데 힘이 부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단기물 금리의 하락이 어렵다면 딜링성 매수세는 5년물 국고채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년물보다는 금리하락 여유가 있는 5년물이 매력적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현대그룹의 자구안 제출에 대해서 채권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한 매수세가 지난주말부터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회사채가 부상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회사채에 대해서는 발행시장쪽에서 수요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자동차나 중공업이 신규로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일부 투자자들이 매수할 의사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장관계자들은 BBB급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사업전망이 좋은 기업의 경과물 회사채가 서서히 주목받고 있는 것도 시장의 매매패턴 변화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