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우리가 생각하는 프랑스는 낭만적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하는 프랑스의 현실’을 말하는 이가 있다. JTBC 비정상회담 패널로 활동했던 오헬리엉 루베르 얘기다.
오헬리엉 루베르는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를 통해 환상을 걷어 낸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로맨틱하지도 이민자에게 열려 있지도 않다. 그는 “한국인이 프랑스에 가지고 있는 오해나 편견을 풀고 싶어서 책을 내게 됐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2009년 육군사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한국 생활을 시작한 오헬리엉은 벌써 한국에 거주한 지 14년째다. 서울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의 강의를 거쳐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월 6일, 1980년대 프랑스 북쪽에서 태어난 남자가 바라본 프랑스의 얘기를 들어봤다.
- 그냥 평범하게 지냈다. 여전히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아빠가 됐다. 아기를 돌보기가 쉽지 않아 육아는 힘들지만, 인생의 신기함을 느낀다. 작년에 세포였던 아이가 지금은 사람인 게 신기하다.
Q.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국의 육아 정책은 어떤가?
-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주는 등 혜택이 많은 것 같다. 다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일찍 보내는 문화는 아니어서 조금 어려움이 있다. 네덜란드 사람과 결혼한 친구가 있는데 그곳에선 무조건 3개월이 되면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래서 여성들이 당연히 다시 일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어머니가 본인의 아이를 3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면 비난받을 수 있어 잘 안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Q. 프랑스 결혼 문화도 궁금하다.
Q. 이번에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의 개정증보판을 발표했다.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 책을 통해 프랑스 사람과 한국 사람이 얼마나 비슷한지, 또 다른지 알 수 있다. 공통점도 많고 차이점도 많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여행자로서 프랑스에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면을 책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 또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마크롱 대통령 재선 등 처음 책이 나왔던 2019년과 개정판이 나온 현재의 프랑스 사이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Q. 책을 보니 프랑스에서 남자들이 출산 휴가를 사용하려면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 경우에 따라 다른데 2년 전에 남성 근로자가 사용할 수 있는 출산 휴가가 14일에서 28일로 늘어났다. 근로자 중 70%는 출산 휴가를 사용한다. 그러나 팀리더의 경우 28일을 모두 사용하지는 않는다. 자영업자들은 출산 휴가를 많이 안 쓴다.
Q. 한국에서는 정규 교육을 마치고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이들을 캥거루족이라 한다. 책을 보니 프랑스에서도 성인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하던데.
- 사실 프랑스에서 자녀가 20대인 동안 같이 사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근데 30살에 다가갈수록 조금 이상하게 볼 수 있다. 보통 30살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 그러나 같이 살지 않아도 오랫동안 지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이사 가면 뭔가를 사주는 등 도움을 준다. 윗세대는 취업이나 내 집 마련이 아랫세대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이런 좋은 상황에 있었기에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자녀를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Q. 프랑스 법정 근로시간은 주 35시간으로 안다. 책에서는 초과 근무를 했을 때 수당보다 대체 휴일로 보상받는다고 하던데 회사 일을 수행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나?
Q. 요즘 한국에서는 교권 추락 문제가 뜨겁다. 책에서 프랑스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 하던데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 우선 교사의 월급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업무 환경은 나빠지고 교사가 되려면 교직 석사도 필요하니 교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교권 침해가 발생해도 보통 숨겨야 한다. 학교 행정에서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Q.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는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에 쏠리는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책에서 프랑스에서는 과학 바칼로레아를 따면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하던데 프랑스 학생들의 이공계 선호도와 이공계 전공자 대우는 어떤가?
- 프랑스의 경우 엔지니어 인기가 매우 높다.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엔지니어 되는 과정이 어려우니까 인정을 많이 받는다. 엔지니어가 되려면 대학에서 5년 동안 공부하면 되지만 의사가 되려면 10년이 걸린다. 10년 동안 적은 급여로 많이 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의사도 많이 인정받는 직업이지만 한국만큼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
● 마지막으로 오헬리엉에게 프랑스의 대표 이미지인 자유와 평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여전히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있으나 조금 멀어진 느낌이 든다”며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시위를 너무 엄격하게 진압해서 시위에 참여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인종차별도 있죠.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는 아직은 가야 할 길이 조금 멀다는 뜻을 내비쳤다.
위드채널이 오헬리엉과 가진 시간들은 위드채널 유튜브 영상을 통해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