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을 뿐”…선생님도 총 들었다

우크라 시민들 수도 지키기 위해 격렬한 저항
여성·노인도 병력 자원…입대 위해 귀국하기도
민간인들 화염병 만들어 전달…"우크라 저항 성공적"
  • 등록 2022-02-27 오후 4:12:49

    수정 2022-02-27 오후 9:21:46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나는 그저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선생님이자 여성인 줄리아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펜 대신 총을 들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틀 전에 총을 쏘는 법을 배웠다”며 “두렵다”고 털어놨다.

(사진= 뉴욕타임스 인터뷰 영상 캡쳐)


자원병으로 나서기 위해 수도 키예프 징집소를 찾은 올레나 소콜란은 NYT에 “폭발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나는 건강한 성인 여성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키예프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이자 우크라이나 과학 아카데미의 연구원인 이호르 자로바는 “아내도 걱정하고 나도 걱정했지만, 가족 중 어느 누구도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모두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침공 사흘째인 이날 폭약 냄새가 자욱한 거리에서 100여명의 시민이 줄을 서서 자원병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예브게니 벨링키(19)는 “그냥 앉아 있으면 무서워서 입대를 자원했다”며 “여기선 두려워할 것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켜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폐 질환으로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 올렉시 팔리히(22)도 “조국을 지켜야 한다”며 자원입대했다.

해외에서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수천명의 예비군들이 자원군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타전했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헌혈을 하거나 필요한 물자를 나르며 손을 보냈다.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키예프에서만 자원봉사자들에게 2만5000여정의 자동소총과 약 1000만발의 탄환, 수류탄 등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키예프 근처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오래된 지하 벙커에 모여 포도주와 샴페인 병을 이용해 화염병을 만들어 인근 지역 방위군에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이같은 격렬한 저항은 서방의 핵심 제재 시행 및 추가 지원과 맞물리면서 파상공세를 벌이던 러시아군의 수도 진입을 막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집결한 러시아 병력의 50% 이상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로 진입했고, 러시아군은 이미 수도 키예프 30㎞ 인근까지 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성공적”이라면서 “러시아군이 매우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혔고, 이에 따라 주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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