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로비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박 전 특검이 지난 7일 사퇴하면서 ‘박영수 특검팀’은 출범 4년 7개월 여 만에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박 전 특검은 그간 팀을 이끌면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뇌물죄 등으로 기소한 당사자다. 그만큼 단순 유력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보다 더욱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2월 중순 김씨로부터 대당 1억원을 훌쩍 넘는 ‘포르쉐 파나메라4’ 승용차를 빌려 탔고, 이후 김씨가 100억원 대 사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받던 올해 3월 뒤늦게 렌트비 25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또 명절에 김씨로부터 대게와 과메기 등 선물을 서너차례 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船凍) 오징어 매매 사업을 한다며 피해자 7명으로부터 116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 4월 경찰에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특검은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은 차후 해명하겠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일단 승용차를 빌리면서 즉시 렌트비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 배경과 관계없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하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도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렌트비 지급 등에 대한 해명 역시 석연치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검 인사 다수 연루…“뇌물죄 수사 경과 봐야”
김영란법 위반만으로도 박영수 특검팀에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마당에, 박 전 특검의 혐의에 뇌물죄가 더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김씨는 박 전 특검에 금품을 제공한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향후 경찰 등 수사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금품 제공 배경이 박 전 특검의 직무와 연관돼 있거나 대가성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뇌물죄 혐의는 적용될 수 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박 전 특검의 직무범위에 김씨가 청탁을 할만한 것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금품 제공의 목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김씨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의 수사역량을 감안하면 박 전 특검의 뇌물죄를 입증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박 전 특검 뇌물죄 적용 여부는 포르쉐를 왜, 어떤식으로 제공했는지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는데에 달려있다”면서 “경찰이나 공수처보다는 전문수사역량을 갖춘 검찰이 직접 사건을 맡아야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