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등 돌린 공화당…'2000달러 현급지급안' 끝내 표결로

민주당, 2000달러 인상안 만장일치 신속통과 시도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 즉각 반대 표명으로 무산
트럼프, 트윗서 "600달러는 충분치 않아" 재차 압박
  • 등록 2020-12-30 오전 10:28:29

    수정 2020-12-30 오전 10:28:29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민주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1인당 2000달러 재난지원금 지급 법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만장일치로 신속하게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시도했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반대표를 던졌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1인당 재난지원금 2000달러 인상안을 신속처리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동의해달라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 법안은 전날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미 하원에서 찬성 275표, 반대 134표로 통과됐다.

슈머 원내대표와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상원 전체회의에서 하원에서 넘어온 인상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인상) 문제는 미 대륙을 가로질러 미 국민을 단합시키고 엄청난 정치적 분열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상원 민주당은 2000달러 지급을 강력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한다. 상원 공화당이 나머지 미 국민과 함께할 것인지가 현재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도 “우리나라의 지도자들, 트럼프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슈머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그들 모두가 (지급액 인상에) 동의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순간에 서 있다. 일하는 가정이 고통받는 상황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고통에 응답할 것인가.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후 슈머 원내대표와 샌더스 의원은 만장일치로 동의해달라며 신속처리 절차를 요청했지만, 매코널 원내대표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 명의 반대라도 있으면 신속 통과는 무력화된다.

이에 따라 인상안은 미 상원에서 정식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식 표결 진행 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체 100명의 의원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공화당 의원이 52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 48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12명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마르코 루비오, 조시 하울리, 뎁 피셔, 켈리 로플러, 데이비드 퍼듀 등 5명의 공화당 의원이 증액안에 대해 공개 지지한 상황이다. 이들 중 로플러 의원과 퍼듀 의원은 내년 1월 5일 조지아주에서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공화당 주도로 증액안이 무산되는 것처럼 비칠 경우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공화당이 미 상원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지아주에서 2석을 잃게 되면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선 상원마저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매코널 의원이 이날 구체적인 거부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그간 재난지원금을 인상할 경우 미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이 과도하게 늘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2000달러로 지원금을 늘릴 경우 미 연방정부의 재정부담은 4640억달러(약 508조265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600달러가 아닌 2000달러를 줘라. 그들은 충분히 고통받았다!”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했다. 그는 또다른 트윗에서 “만약 공화당 의원들이 죽음의 소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옳은 일이기에 최대한 빨리 2000달러 지급안을 승인해야 한다. 600달러는 충분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 간 갈등 기류에 대해 AP통신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이끄는 공화당과 대통령 사이의 마지막 대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매코널 의원은 전날 미 하원에서 2000달러 인상안과 함께 통과된 국방수권법(NDAA)에 대해선 “하원에서 초당적인 압도적 다수가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이 법안을 재승인하기로 표결했다”며 30일 최종 표결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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