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은 서구에 흔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질환은 20-30대의 젊은 성인에게 많이 나타나며 여성의 경우 출산의 시기와 맞물려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으로 평생에 걸쳐 질병 활성도를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염증성 장질환을 겪는 여성들이 난치병이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치료 약제가 태아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염려로 인해 임신을 피하거나 임의로 약물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한희(제1저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보인, 성빈센트병원 피부과 배정민, 소화기내과 이강문 교수 연구팀은 2007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증도와 임신성공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은 중증도가 낮은 군과 높은 군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중증도가 낮은 군은 6개월 미만의 스테로이드 처방, 1년 미만의 생물학적 제제 처방, 그리고 장 절제술을 받지 않는 경우로 정의했다.
먼저 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임신 성공률은 25.7%로 비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32.3%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 여성들이 난치성 질환과 치료 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의도적으로 임신을 피하고 있는 결과로 해석했다.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낮은 군은 대조군(염증성 장질환이 없는)과 비교했을 때, 출생률(68.9% vs 69.9%), 자연유산(12.6% vs 11.9%) 및 제왕절개(39.5% vs 38.8%)의 빈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임신 합병증(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사산, 자궁내 성장지연 등)의 빈도(7.4% vs 8.1%) 역시 차이가 없었다. 즉, 염증성 장질환이 있더라도 질병 중증도가 높지 않으면 일반인과 비슷한 임신이 가능한 것이다.
이한희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과 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이 결과를 환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가임기 여성은 질병 자체가 임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지양해야 하며, 오히려 임신 전 적극적으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소화기학회지인 소화기 약리학 및 치료학(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