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은 행정기관 이전 문제를 자족기능 확보방안과 연계해 보고 있다. 다시 말해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자족방안이 결정되면 관련 행정기관만 옮기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변경고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자족기능 전체를 본 뒤에 고시 기능이 나올 수 있다"면서 "수정안이 어떻게 나올 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세종시의 역할과 기능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와 함께 이전할 부처도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 원안, 2014년까지 12부4처2청 이전
참여정부가 기초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중앙행정기관 단계적 이전 방안`에 따르면 총 12부4처2청 49개 행정기관, 1만374명이 2012년부터 3단계로 나눠 이전한다.
2012년 1단계에는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건설교통부, 환경부, 농림부, 해양수산부가 이전한다. 국세심판원,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 10개 산하기관도 이 시점에 맞춰 세종시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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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이전은 2013년에 시작된다. 교육문화, 산업과학, 사회복지분야 부처가 이전대상이다. 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를 시작으로 산업자원부+중소기업특별위원회,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국가보훈처가 세종시로 옮겨간다.
2014년에 시작되는 3단계에는 국정홍보처, 법제처, 중앙인사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소년위원회, 비상기획위원회 등이 이전한다. 독립 외청인 국세청과 소방방재청,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등도 3단계에 이전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행정기관 이전 계획은 새 정부의 행정조직 개편에 따라 이전부처가 9부2처2청으로 줄어들었다. 9부2처2청은 기획예산처가 포함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등이다. 2처는 법제처와 국가보훈처이며 2청은 국세청과 소방방제청이다.
◇ 9부2처2청으로 변경..축소 이전 가능성
정부는 행정조직 개편에 따라 이전하는 부처가 바뀌면 이를 변경고시해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행복도시건설법)`에는 부처 이전에 앞서 고시를 하고, 변경 사항이 있으며 변경고시를 하도록 돼 있다. MB정부는 당초 지난 6월까지 변경고시를 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발언이 불거지면서 관심사는 9부2처2청이 과연 계획대로 세종시로 이전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심지어 여권과 정부 일각에선 세종시의 자족기능이 확정되는 시점에 그 성격에 부합하는 행정기관만 내려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세종시 자족기능 보완책이 나오는 내달 말 이후에나 최종적으로 이전하는 행정기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종시의 자족기능 보완책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다. 과학·산업 기능을 접목하고 주변 도시와 연계를 강화해 자족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세종시로 내려갈 부처는 9부2처2청에서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성격이 바뀔 경우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중소기업 특별위원회)와 행정기능 비효율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판단되는 농림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일부 기능 등만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MB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과학기술이나 교육, 지식경제 등 연구·교육도시 육성에 필요한 정부부처만 내려가고 나머지는 서울에 남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 축소 이전시 정치·사회적 파장 커
세종시 계획 수정에 따라 이전 부처가 대폭 줄어들 경우 심각한 정치·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세종시로 이전할 행정기관이 여·야 합의로 만든 법률에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행정기관 축소 자체는 정치·정책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연속성은 선진국와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꾸면 누가 믿고 따르겠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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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역시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스스로 어긴 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줄기차게 행정도시 축소설을 일축하고 원안 추진을 공언해 왔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세종시 원안 추진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철석 같이 약속한 공약"이라며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대폭 강화한다고 해도 행정부처 이전 규모가 줄어들 경우 충청민들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충청권에는 행정도시 무산음모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됐으며, 1000만명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행정도시 축소에 대한 반발이 조직화되는 양상이다.
세종시의 원안 수정은 혁신도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혁신도시는 세종시와 함께 국토균형발전의 양대축이었기 때문이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로 행정도시가 추진됐는데, 일부 부처만 옮겨갈 경우 행정도시 본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토 균형발전정책도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그는 "행정부처도 세종시로 옮겨가지 않는데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며 "공기업 역시 주요 기능은 수도권에 놔둔 채 일부 기능만 지방으로 이전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전부처 축소가 확정되면 이미 공사에 착수한 건물 중 일부는 사용목적이 유명무실해져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시의 현재 공사 진척률은 24%다. 총 사업비 22조5000억원 중 지난 8월 말까지 5조3688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중심지역에 들어서는 중앙행정타운은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총리실 건물은 기초공사를 마치고 골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화국제교류타운도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골조를 세우기 위한 파일 박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도시행정타운은 기반공사에 들어갔지만 첨단지식기반타운 의료복지타운 대학연구타운은 아직 착공을 하지 않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행정기관이 축소되면 중앙행정타운이나 도시행정타운 등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전체 단지의 설계 변경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이미 터파기 작업이 진행된 곳이나 골조가 올라가는 건물 중 일부는 사용목적이 유명무실해져 이에 따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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