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같은 대중교통이 전무한 알래스카에서는 흔한 일이다. 여름 알래스카에서는 저마다의 방식대로 여행을 한다.
호화 유람선을 타고 나선 부유한 사람들도, 캠핑카를 끌고 일주일씩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달려온 사람들도,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두 발과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는 배낭족도 제각각의 스타일로 알래스카의 여름을 만끽한다.
호머는 알래스카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남쪽에 있는 포구다. 가는 길도 독특하다. 하이웨이에서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바다와 만난다. 이 바다는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이 갯벌을 무대로 하는 조개잡이도 이 지역의 꽤 유명한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다.
호머를 앞에 두고 길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전망대가 있는 이곳에 차를 멈추면 호머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절벽에 자리한 아담한 집 너머로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간 항구가 아련하다. 바다 건너로는 빙하와 흰눈을 이고 있는 아름다운 산들이 배경으로 둘러쳐 있다.
호머는 마을이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호머 스핏(Homer Spit)이라 부르는 항구와 다른 하나는 다운타운이다. 호머 스핏은 다운타운에서 바다를 향해 10㎞ 떨어져 있다. 본래 섬이었지만 100년 전 석탄을 실어나르는 포구로 개발된 후 내륙과 방파제로 연결됐다.
호머 스핏의 항구에 정박중은 700여척의 배들. |
호머 역시 핼러버트 낚시의 고향이다. ‘세계 최고의 핼러버트 낚시터’라는 애칭처럼 이곳에서는 거대한 핼러버트를 잡으려는 꿈에 부푼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역대 최고 기록은 1956년에 잡은 1000파운드(약 450㎏)다. 이것 말고도 해마다 300파운드 이상 되는 핼러버트가 수시로 올라온다. 호머는 또 뭍이지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셀도비아(Seldovia)로 가는 길목이다. 배낭족들은 이곳에서 워터택시(Water Taxi)라 불리는 배를 타고 인간의 그림자가 얼씬도 하지 않는 자연을 찾아간다.
호머 스핏의 집들은 하나같이 허공에 떠 있다. 이것은 1964년 알래스카를 덮친 최악의 지진 참사에서 얻은 교훈이다. 당시 해안가 저지대의 집들은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물벼락’을 맞았다. 그 후 쓰나미가 몰려와도 안전하도록 건물의 바닥을 허공에 띄워 지은 것이다.
호머 스핏의 집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찻집이며 낚싯배 대여점, 해산물 가게, 기념품점 등이 독특한 장식으로 치장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머 스핏의 거의 끝머리에 자리한 등대 카페. 기념품과 커피를 함께 팔고 있는 이 집은 나무로 지은 등대 아래 자리했다.
아름다운 등대와 갖가지 장식으로 꾸민 이 집은 누구라도 지친 다리를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매력적이다.
호머 스핏 초입에 있는 피싱 홀(Fishing Hall)은 여름이면 연어 낚시터가 된다. 인공으로 만든 저수지처럼 보이는 이 곳은 한쪽만 바다와 통할 수 있게 터놓았다. 이곳으로 길을 잃은 연어들이 몰려든다. 이 연어들은 산란을 할 수 없는 초라한 신세들이지만 낚시꾼들에게는 더 없는 손맛을 제공한다.
다운타운과 포구의 중간에 자리한 벨루가 호수(Beluga Lake)도 매력적이다. 가장 알래스카다운 풍경 가운데 하나인 수상비행기가 이곳에 몰려 있다. 호수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수상비행기의 경쾌한 모습이나 호수 한켠에 정박해 있는 비행기들을 볼 때면 이곳이 진짜 알래스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다운타운에서 힐 로드(Hill Road)를 따라 가면 절벽 위에 서게 된다. 이곳은 바다에서 500m 높이에 불과하지만 전망은 상상 이상이다. 당연히 호머에서 돈 좀 만진다는 부자들이 이 언덕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언덕의 전망대에 서면 벨루가 호수와 700여척의 보트가 정박한 호머 스핏, 바다 건너 아름다운 빙하와 산자락이 와락 가슴에 안긴다. 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래스카의 남쪽 끝 호머를 찾은 수고는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았다.
알래스카 대중교통편 거의 전무
호머에서 앵커리지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여행자. |
미국 본토에서는 히치하이킹이 불법이다. 길 위에서 손을 들어도 차를 멈추지 않을 뿐더러, 설령 차가 멈췄다고 하더라도 차를 얻어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것은 히치하이킹이 범죄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는 예외다. 도로에서 손을 들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배낭여행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알래스카의 치안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알래스카는 범죄율이 ‘제로’에 가까울 만큼 치안이 안정되어 있다. 오히려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연적인 위험이다. 이를 테면 곰의 습격이나 번개에 의해 발생하는 산불 등이 안전을 위협한다. 여름 알래스카에는 해마다 수십건의 자연발생적 화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알래스카는 대중교통편이 거의 전무하다. 앵커리지에서 위디어나 디날리국립공원을 오가는 특급열차를 제외하고 버스 등의 교통수단은 없다. 다만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를 위해 여름 한철만 페어뱅스나 앵커리지에서 캐나다 와이트호스나 더슨 크릭을 오가는 승합차가 있을 뿐이다.
또 마린 드라이브라 부르는, 시애틀에서 해안가의 주요 도시를 따라 운행하는 페리를 이용한 여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내륙을 갈 때는 역시 특별한 교통수단이 없다.
따라서 배낭여행을 꿈꾼다면 히치하이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방법이다. 자전거를 사서 이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물론 어느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고생스럽다. 그러나 배낭여행의 고전에 가장 충실한 방법(?)이다. 또 경비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잇점이다.
배낭여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숙박이다. 그러나 알래스카는 캠퍼들의 천국이다. 게스트 하우스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텐트 하나면 충분한 캠핑장이 지천이다. 특히 이름난 관광명소나 해안가의 도시에는 캠핑장이 몇 곳씩 된다. 앵커리지 시내에도 4곳의 캠핑장이 있다.
캠핑장은 테이블과 주차장, 음수대, 화장실, 바비큐 시설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또 관리소에서 캠프 파이어용 나무도 살 수 있다.
이용료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알래스카 주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의 경우 10∼15달러 내외다. 이용자가 많을 경우 직접 받으러 오지만, 외진 곳에 있는 캠핑장은 캠퍼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사용료를 첨부해 캠핑장 입구에 마련된 통에 넣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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