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현석기자] 재정경제부는 16일 외환시장 발전을 위해 오는 7월부터 증권사와 보험사의 외환 직접거래를 허용하고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외환파생금융상품 장외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몇몇 은행에 의해 주도돼온 국내 외환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무엇보다 증권사나 보험사가 앞으로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덩치를 얼마나 키우고 내용면에서도 선진화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외환시장 활기 띨 듯
재경부 조치로 우선 거래량 확대가 예상된다. 현재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등 2대 중개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현물환 거래량은 하루평균 30억달러안팎. 7월부터 증권, 보험사들이 거래에 참여하면 점차 규모가 커질 게 분명하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기업들의 실수요를 제외한 `투기적 거래`는 극히 미미하다. 이 때문에 약 1억달러 가량만 시장에 유입돼도 환율은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 보험·증권사들의 시장참여로 일단 시장은 상당히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기업들의 실제 달러수급을 처리하는데 급급하던 은행권 딜러들과 달리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격적 패턴의 증권회사 등이 거래에 나설 경우 환율의 변동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하루에 1엔가량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원화환율 시장도 조만간 하루 10원 정도 변동하는 현상도 무리없이 받아 들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반응은 신중하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 보험사들에 외환시장 참여가 허용돼도 당장 시장에 들어오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환시장에서 증권이나 보험의 경쟁력은 은행에 비해 훨씬 열악하며 아직 준비단계에 불과하다"며 "은행만큼 기업고객을 확보하기도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업고객 거래기반마저 없이 은행처럼 투기적 거래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것.
한은 관계자는 "일본이나 미국 등 외환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도 은행간 거래가 주류이며 증권, 보험사들은 발을 못붙이고있다"며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천천히 준비해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조기 허용, 구조조정 등 조치 뒤따라야
재경부 조치에 대해 보험·증권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준비부족과 주변 여건 미성숙 등으로 인해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증권사가 직접 외환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포지션이 있어야 하나 고객 외화예금 유치나 무역거래 중개로 포지션을 확보하는 은행과 달리 포지션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외환상품을 연계한 파생상품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는 일도 웬만한 덩치의 금융기관으로선 벅차다. 7월 허용이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는 게 중론.
일부에서는 보험·증권사들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뛰어들 경우 부실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으며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고객유치를 위해선 특화 상품개발과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 특히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가 조기 도입돼야 이번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생명 신금덕 박사는 "보험회사는 특성상 단기간에 외환거래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며 "방카슈랑스 등을 통해 은행업무를 겸업할 수 있어야 외환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양성과 환리스크 헤지노력 시급
증권업계에서는 삼성, 동양 등 일부 대형사들을 제외하고는 외환거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외환거래보다는 장외파생상품 부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문에 대한 참여제한 완화와 함께 참여사들이 환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환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거래에 나설 경우 대처능력이 없는 중소형 보험·증권사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고 일부는 환차손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편중돼 있는 외환전문 인력이 자연스럽게 증권. 보험업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은행권 전문인력이 증권, 보험사쪽으로 이동해야 하며 자체적으로도 인력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