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물들의 잇따른 '비트코인 까기' 속내는

  • 등록 2017-09-22 오전 10:26:45

    수정 2017-09-22 오전 10:46:07

블록체인 기술이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비트코인은 사기이며 거품은 언젠가 꺼지게 될 것” “비트코인 시장은 매우 투기적인 곳으로 비트코인은 거품이다”

미국 월가를 주무르는 두 거물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회장이 최근 내놓은 비트코인 ‘비난’ 발언이다.

가뜩이나 중국발 악재로 ‘쫄려’있던 투자자들은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 수장의 발언에 앞다퉈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던졌다. 이번달 초만 해도 5000달러에 육박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2일 다이먼 발언 후 3000달러 초반으로 고꾸라졌다.

JP모건의 ‘두 얼굴’은 여기서부터다. 이 은행은 수장의 발언 이후 가격이 급락한 비트코인 상장지수증권(ETN) 300만유로(약 41억원) 어치를 쓸어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JP모건은 올해 2월 만들어진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곳의 목표는 이더리움을 블록체인(가상화폐 거래 내역이 모두 기록된 공개 장부) 기술의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같은 정황을 봤을 때, JP모건은 가상화폐가 거품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비트코인 대신 이더리움을 블록체인의 표준 기술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JP모건은 수년 전부터 조용히 ‘블록체인 열풍’에 동참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이 ‘게임 체인저(어떤 일에서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한 중요한 사건)’가 될 만한 중요한 기술로 보고 있다. 이 기술이 정착되면 은행권에서는 3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즉, JP모건은 가상화폐를 거품으로 보고 있지 않고, 오히려 ‘미래를 바꿀 기술’로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이먼과 달리오 발언을 곧이곧대로 듣고 가상화폐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 금융권도 월가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지난 20일 일본 국내 은행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J코인’ 창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가상화폐가 실체 없는 투기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만 거듭되는 가운데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가상화폐의 대중화 시대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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