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

  • 등록 2004-06-25 오후 2:15:03

    수정 2004-06-25 오후 2:15:03

[edaily 홍정민기자] 어떤 사물이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업했던 저자 짐 로저스에게 세계일주는 단순한 견문 확대의 장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탐방`의 기회였다. 여행을 맘껏 즐기는 동안에도 그의 비상한 `투자 안테나`는 쉴새없이 작동했다. 그는 지나치는 곳마다 증권거래소를 방문하고 장외시장을 살핀 뒤 그 나라 경제에 대한 시각을 정립했다. 현지에서 직접 투자결정을 내리기도 했다는 사실은 그가 타고난 투자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 책은 여행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신선함과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선사한다. `짐 로저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카자흐스탄, 자이르, 칠레 등 이국적인 풍광과 각국에 대한 통찰력있는 경제관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세계적 투자펀드를 일궈낸 그의 치밀함과 끈기는 여행 기획과 추진 단계에서 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냉전시대 중국과 러시아 여행 허가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은 물론이고 미리 여행지를 답사하기도 했다. 시베리아 횡단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려 9년을 기다렸다. 짐 로저스가 오토바이를 여행수단으로 택한 것은 여정 자체를 여행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직접 "느끼고, 보고, 맛보고, 듣고, 숨쉬면서" 인생의 지향점을 체득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짐 로저스의 직업인 `인베스트먼트 뱅커(Investment Banker)`와 이를 살짝 비틀어 만든 제목 `인베스트먼트 바이커(Investment Biker)`의 연관성이 전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22개월, 전 세계 52개국, 6만5000마일. 그의 긴 여정과 여기서 체득한 경제관은 화려한 수식과 복잡한 이론을 끌어다 붙인 어떤 투자 조언들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책 곳곳에 뭍어나는 목표의식과 끈기는 투자뿐 아니라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든 적용되는 진리다. 그가 세계 일주를 통해 내린 결론 가운데 하나는 "미국은 다른 나라의 정책시스템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 바깥으로 시각을 넓혔을 때 미국은 `아직도 배울게 많은 나라`라는 그의 시각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짐 모리스 저/ 박정태 역(굿모닝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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