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 납치·살인 사건에 대해 “(범행에 사용된) 차량의 특수성이 틀림없이 존재한다”며 패턴 매칭 기술 등이 작동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된 현장.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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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청 내에서는 납치와 연관된 긴급 상황이라는 수사 정보를 공유했던 것 같은데 (피의자들이) 고속도로로 빠져나가며 폐쇄회로(CC)TV를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역 자치경찰제가 되다 보니 만약 (용의자들이) 지역을 옮길 경우 야간에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고 추적하기 쉽게 만들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두고 “(뒷좌석의 경우) 운전석 뒤쪽만 열리고 나머지 다른 방향은 열리지 않는다”며 “고속도로에서 이 차량을 추적하려고 하면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경찰 대응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번호판과 차량 모양이 나와 있었고 앞좌석에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장면은 고속도로에 있는 모든 CCTV에 걸렸을 것”이라며 “패턴 매칭 기술을 이용해 번호판 정보만 입력하면 차량 경로를 순식간에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이 경찰청 안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의심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술적으로 보면 결국 컴퓨터에다 입력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며 “만약 이 부분에서 행정상의 지연이 있었다면 그것은 꼭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은 국경도 없지 않느냐”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국으로 청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첨단 기술을 수사에 활용하는 부분에서 미비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9일 납치 신고를 접수한 뒤 사건 발생 1시간 6분 만에 서울 관내에 차량 수배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차량검색시스템(WASS)에 용의 차량 번호를 등록한 것은 약 4시간 뒤인 오전 4시 57분이었다.
경찰은 WASS 입력이 늦어진 것에 대해 “사고 발생 지점 주변에서 비슷한 신고가 들어와 확인하는 과정에 시스템 입력이 늦어졌다”며 “시스템 등록 이전에 수배 차량이 포착된 내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