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주민들이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의 공공임대주택 계획에 반발하며 단체 대응에 나섰다. 임대주택이 금융특구란 여의도의 도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계획인데다 주민의견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일방의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8·4 대책 대상 공급지 중 과천정부청사 부지 공급계획이 무산된 데 이어 주민 반대 움직임이 점차 심화되고 있어 정부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H 부지에 임대주택 300가구 추진…주민반대 거세
여의도 주민 협의회는 지난 9일 여의도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지(영등포구 여의동 61-2번지)의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며 6월 말 기준 약 1800명의 반대의견을 모집, 청원에 나섰다. 이 부지는 지난해 정부의 8·4 대책에 따라 300가구를 위한 일자리 연계형 공공임대주택이 계획됐다.
여의도 주민 A씨는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국제금융중심지이며 공시지가상 매매가도 1000억이 넘는 땅”이라며 “땅이 있으니 집을 짓겠다고 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차라리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지구단위계획에 맞는 오피스 등 복합건물을 짓게 하고 주거단지에 매입임대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공급에 효과적인 재건축 인가 속도를 더욱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여의도 주민협의회 관계자는 “주택공급에 효과적인 재건축은 막아놓고 7평, 13평의 임대아파트가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겠냐”며 “아파트 지구단위계획과 인가를 빠른 시일 내 진행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와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의도를 개발한 주요 목적은 미국의 맨하탄과 같은 금융중심지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이를 무시한 채 유휴부지가 있다고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여의도 주민들이 염원하는 재건축 진행은 막고, 이 과정에서의 공급효과는 무시한 채 임대주택 계획을 세우는 것은 주민들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LH는 “8.4대책에서 3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을 계획했지만, 어떠한 유형의 주택이 들어설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8.4 공급대책이 환영받지 못하는 곳은 여의도뿐만이 아니다. 앞서 과천정부청사 유휴부지에 예정됐던 4000가구 공급 계획은 과천 주민들의 반대에 취소됐고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경우 노원구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훼손과 교통난을 이유로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후보 시절 공약인 ‘태릉골프장 개발계획 전면 중지 및 재검토’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주민의 반대로 정부의 공급계획 철회가 이어질 경우 정책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4·7 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부동산 민심 악화’를 꼽으면서 세제를 비롯한 다수 부동산 대책의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천이 남긴 선례가 앞으로 주택공급 계획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주민 항의로 정책을 계속해서 철회한다면 앞으로 서울·수도권 어느 지역에서도 주택공급 정책을 펴기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과천 공급계획 변경이 선례가 돼 정부의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 돼 버렸다”며 “공급계획 진행시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해 적극적인 의견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