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호주 중앙은행(RBA)이 호주달러화 가치 상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호주달러화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구두 개입에 호주달러 가치 상승세도 주춤거리고 있다.
| 글렌 스티븐스 호주 중앙은행 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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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스티븐스 호주 중앙은행(RBA) 총재는 3일(현지시간) 허바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가진 강연에서 “현재 호주 달러화 가치는 불편할 정도로 높다”며 “물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할 정도라고 보진 않지만,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사적인 기준에서 봐도 호주 달러화는 높은 편이며 일부 수출업체들은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 교역측면에서 보면 호주 달러화 강세로 인해 호주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원가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스티븐스 총재는 직접적인 평가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호주 달러는 현재 과대 평가돼 있는데, 그것도 단지 몇 센트 정도 그런 것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호주 달러화 가치가 조만간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 이후 호주달러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대비 0.9439달러에서 0.9329달러로 하락했다.
데이빗 포레스터 맥쿼리은행 스트래티지스트는 “RBA는 지속적으로 호주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이같은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투자자들로서도 호주달러화 자산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꺼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맥쿼리는 연말까지 호주달러화가 0.88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점쳤다.
한편 스티븐스 총재는 주택가격에 대해서도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하락한 뒤 회복되고 있는 만큼 당장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도 지금같은 추세가 좀더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집값이 뛰면서 대출을 늘려 집을 사려는 가계가 늘어나 가계부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