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결혼정보회사 등록을 알아봤더니 비용도 많이 들고, 까다로운 가입 절차에 조건 위주 만남이 될 것 같아서 망설였습니다. 구청에서 미혼남녀 미팅을 주선한다기에 신청했는데 편안하면서도 유쾌한 만남이더군요"
올해 우리 나이 서른넷으로 혼기가 꽉 찬 직장인 남성 A씨. 최근 서울의 한 구청이 마련한 미팅 행사에 참여한 A씨는 격무에서 벗어나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비록 학수고대했던 `커플의 꿈(?)`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음 번에도 유사한 지자체 행사가 있으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게 홀로 남은 A씨의 변.
젊은 세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진 데 따른 만혼(晩婚) 풍조로 저출산율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는 가운데, 서울시 등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미혼남녀 만남 주선행사를 마련하는 등 `중매인` 자처에 나서 호응을 얻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는 다음달 23일(토요일) 양천문화회관에 미혼남녀 50쌍(100명)을 초청, `콩닥콩닥 내 반쪽 찾기` 행사를 연다. 특별 초빙된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커플 게임으로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각종 프러포즈 게임으로 `사랑의 짝대기`를 연결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부담없고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신체 건강하고 초혼인 1973년 이후 출생자로 서울 소재 관공서나 기업체를 다니는 미혼남녀라면 온라인(
http://www.familynet.or.kr) 또는 오프라인으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본인 부담 회비는 2만원으로 유명 결혼정보회사 등록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 물론 프로필 매칭 서비스 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드는 1회 소개팅 비용보다도 돈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만남 주선행사는 서울 기준으로 한 해에만 수십여 건이 열려, 평소 이성 만남의 기회가 적었던 늦깎이 미혼남녀라면 참여를 모색할 만하다. 지난달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개최한 `하이서울 두근두근 번개팅`, 이달 들어 용산구가 마련한 `솔로탈출 데이`, 지난 4월 열린 서초구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이 모두 각각 미혼남녀 지원자 수십 쌍을 받아 성사된 행사다.
커플이 탄생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동대문구가 마련한 `싱글&싱글 만남` 행사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키우다가 지난달 결혼한 김상영 동대문구청 건설관리과 주무관과 최은지 (주)대상 매니저가 그들. 서른둘 동갑내기인 이들은 만난 지 반년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에 골인, 지금은 알콩달콩 신혼 살림을 꾸리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보통 집안끼리 주선해주는 맞선이나 전문 주선업체를 통한 만남에 거리감을 가진 미혼남녀가 이 행사를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가까운 주민 남녀끼리 만나서 거주지나 인근 명소를 대화 소재로 자연스레 친해지는 등 이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민 가운데 30대 이상 미혼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었다"며 "시나 구 등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고 저출산율 극복에 나서고자 미혼남녀 만남 주선행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