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빅뱅)⑥사모펀드는 `제2의 게코`

문어발식 `기업사냥`..100억弗 넘는 초대형 딜 횡행
정재계 인적 네트워크도 확보..영향력 확대
업계 경쟁력 저하 우려..수익분배 불균형 문제도 제기
  • 등록 2007-05-17 오후 2:56:56

    수정 2007-05-17 오후 3:06:34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지금은 누가 고든 게코(Gordon Gekko)인가?"

고든 게코는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1987년작 영화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는 `탐욕`의 대명사이다. 조지 소로스, 루퍼트 머독? 적확한 답은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게코를 현재의 상황에서 찾는다면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CEO, 헨리 크라비스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 회장, 스티븐 파인버그 서버러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CEO 등이 그 후보가 될 것이라고 최신호에서 밝혔다.
 
모두 요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발호()하고 있는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대표들이다.
 
◇사모펀드 `자본주의의 새로운 제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04년 사모펀드를 `자본주의의 새로운 제왕(new kings of capitalism)`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사적(私的)으로 자금을 모아 투자에 나서기 때문에 존재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 사모펀드는 요즘 숨을래야 숨을 수가 없다. 막대한 규모의 M&A 주인공은 거의 이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 해에만도 전세계 M&A 가운데 20%가 사모펀드가 참여한 것이었고,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M&A 규모가 지난 15일 현재 2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사모펀드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 규모가 366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관련기사 ☞ 글로벌 M&A `파죽지세`..2조달러 돌파 
 
LBO란 약간의 자기자본(대개 매수금액의 1%)에 매수 대상기업의 자산이나, 매수 후 예상되는 현금흐름(이익)을 담보로 차입한 대규모 자금을 재원으로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다.  
 
사모펀드들은 글로벌 저금리 상황에서 낮은 금리에 자본을 조달할 수 있어 자체적으로 대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M&A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에쿼티 오피스 프라퍼티즈(블랙스톤), 미국 최대 유틸리티 업체 TXU(KKR), 크라이슬러(서버러스), 던킨브랜드(칼라일), 완구업체 토이저러스(베인캐피탈), 버거킹(TPG 캐피탈, 옛 텍사스 퍼시픽 그룹) 질샌더(체인지 캐피탈 파트너스), 발렌티노 패션 그룹(퍼미라), 바슈&롬(워버그핀커스) 등 이름난 업체들이 대부분 이들의 손에 들어갔다.
 
규모도 커져서 지난 1988년 발표된 242억달러(부채 160억달러 未포함)에 달하는 RJR 나비스코 M&A는 당시로선 `역사적인 일`이었지만 이제 10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메가 딜(mega deal)이 거의 일상적이 됐다.
 
◇정·재계 거물들과 손잡아..영향력 극대화
 
▲ 존 스노 전 재무장관
사모펀드들은 정계와 재계 실력자들을 영입하면서 더욱 세(勢)를 불리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하면 로비를 통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 사모펀드 `전문 경영진을 잡아라` 
 
존 스노 전 미 재무장관은 서버러스의 회장이고, 재계의 거물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클레이튼 더블리어 & 라이스의 특별 파트너 및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루 거스너 전 IBM CEO는 칼라일 회장이다. 
 
서버러스의 크라이슬러 인수는 크라이슬러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 볼프강 베른하르트와 데이비드 써스필스 전 포드모터 부회장, 개리 틸츠 전 크라이슬러 판매 및 마케팅 담당 임원 등이 주도했다. 
 
◇승자 독식?..업계 황폐화될 수도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은 사실 자본주의 논리에선 탓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에 도덕이 개입하면 개념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들이 바이아웃이 급증하면서 이로 인한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M&A가 이뤄지면 일단 비용감축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노조측에선 고용불안을 문제삼고 있고, 또  `어떻게 또 다시 잘 팔아 차익을 남길 것인가`가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에서 자칫 산업계가 황폐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상장기업들이 사모펀드 손에 넘어가면 직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이 딜을 주도한 사모펀드 파트너들 배만 불릴 수 있다며 이같은 `엄청난 불균형`을 막기 위해 의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디 스턴 국제서비스노조연맹(SEIU) 위원장도 "모두가 사모펀드의 바이아웃 성공의 대가를 고유하지 못할 것이란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모펀드측 입장은 다르다. 더글라스 로웬스타인 사모펀드위원회(PEC) 위원장은 그러나 "사업 확장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자산을 약탈하거나 직원을 해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헤지펀드 규제 강화를 주장해 온 독일에선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구체화되고 있다. 투자 인센티브를 줄이고 관리감독의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獨 `사모펀드 특혜가 웬말이냐` 
 
사모펀드들이 기업공개(IPO)란 또 다른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IPO 계획을 밝힌 블랙스톤에 대해 미 최대 노조연맹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은 이것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를 즉각 중단시키고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냈다.
 
◇정크본드 시장 몰락 가능성도 제기
 
사모펀드 바이아웃의 대다수가 LBO로 이뤄지고 있어 인수 금액의 대부분이 차입이란 구조상 인수 대상 기업의 신용등급이 흔들릴 수 있다.
 
또 사모펀드들은 매수한 기업의 정크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는데, 일각에선 월드컴 도산으로 정크본드 시장이 무너졌던 지난 2002년의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에 따르면 올들어 판매된 정크본드의 절반 가량은 LBO를 위해 사용됐다. 
 
루미즈 샐리즈 채권펀드의 댄 퍼스는 "하이일드, 하이 리크스 증권은 버블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마틴 프리드슨 하이일드 리서치 업체 프리드슨비전 대표는 "정크본드 판매와 3660억달러에 이르는 LBO는 채권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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