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철기자]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며 비무장지대 경의선 장단역에 붉게 녹이 슨 채로 남겨져 있던 증기기관차의 제원과 용도, 현 위치에 남겨진 사유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최근 철도청이 파주시의 `근대문화유산 보존정비사업` 협조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22일 철도청에 따르면 이 증기기관차
(사진)는 ´마터형´ 증기기관차로 최대속도 80km/h까지 달릴 수 있으며, 제원은 길이 23m27cm, 폭 3m20cm, 높이 4m70cm이다. 또 최대견인력 1만8450kg(1440마력)의 강력한 견인능력을 보유했다.
이 기관차는 선로사정이 좋지 않은 산악지대에서도 운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거리화물용 증기기관차로 해방전 북한지방에서 주로 운행됐고 남한에서 운행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증기기관차를 마지막으로 운전했던 기관사인 한준기씨(76세·경기도 시흥시)의 증언에 따르면 1950년 9.28 서울수복 이후 남한에서 연합군의 군수물자를 싣고 북진해 개성역에 도착했다. 이어 근무교대로 당시 개성역에 세워져 있던 북한소유의 이 증기기관차로 옮겨타고 다시 북진해 경의선 한포역(황해도 평산군)에 도착했다.
그 때 한씨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후퇴하라는 연합군의 명령에 따라 북측으로 향해있던 기관차만 떼어내 열차의 맨 후부에 연결했다. 현재 기관차의 방향이 북쪽을 향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씨는 그후 열차는 남으로 향해 개성역에서 화차를 재조성해 25량을 끌고 최후로 남으로 향하던 중 현위치인 장단역에 이르렀을때(1950년 12월 31일 밤10시10분경) 연합군이 퇴각하면서 기관차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고 증언했다.
한씨는 또 당시 기관차에 연결돼 있었던 화물차 25량이 사라지고 증기기관차가 선로를 벗어나 있는 것과 관련해 "당시 장단역을 다시 점령한 인민군이 화물차 25량을 북측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이며, 사용할 수 없는 증기기관차는 폭파시켜 선로를 벗어난 것으로 짐작된다"고 증언했다.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인 한씨는 1927년 일본에서 태어나 1943년 5월부터 1945년 10월까지 일본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가 해방 직후 귀국해 1946년 2월부터 서울기관차승무사무소에서 일했다.
휴전 이후에도 계속 철도업무에 종사하다 1985년 6월 서울기관차승무사무소 지도계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임 했다. 지난 2002년에는 경의선 철도·도로연결 기공식 행사에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로 참석했었다.
한편, 비무장지대에서 북쪽을 향한채로 녹이 슨채로 버려져 있는 증기기관차는 올 2월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 제78호´로 지정됐으며, 파주시의 DMZ 근대문화유산보존정비계획에 따라 보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