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증시에서 침체장은 곰이 시장을 내리누르는 모습을 형용하여 "BEAR"라 하고, 강세장은 황소가 뿔로 밀어붙여 올리는 것에 빗대 "BULL"이라고 한다.
투자자들이야 증시가 늘 황소처럼 기세 좋게 오르는 모습을 기대하겠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희망대로만 움직이겠는가.
곰이 장세를 주도하면서 바닥을 기던 증시가 오랜만에 황소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800선을 넘어섰다. 증시가 800선을 확실히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의 경기상황으로 볼 때 다시 700선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황소가 곰을 거세게 밀어붙여 증시가 조금이라도 상승곡선을 그려줬으면 하는 게 투자자들의 바람이 아닐까 한다.
한의학에서도 증시처럼 황소는 기운을 올리고, 곰은 기운을 내리는 쓰임새를 갖고 있을까.
우선 가장 유명한 한약재의 하나인 웅담에 대해 동의보감은 찬 성질로 인해 소아의 열성경련을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또 웅담은 간열을 내리거나 황달 이질 등에 아주 효과가 좋다. 증시에서 BEAR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웅담의 정력보양 효과에 대해서는 동의보감은 전혀 언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력맹신파들이 웅담이 정력에 좋다는 허황한 속설만 믿고 아직도 동남아 밀림을 헤매며 웅담을 싹쓸이해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다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너도 나도 웅담을 찾는 바람에 웅담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가 됐다. 그렇다보니 조선시대에도 가짜 웅담이 판을 쳤던 모양이다. 하도 가짜웅담이 기승을 부리니까 동의보감에서조차 속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가짜 웅담판별법을 제시했을 정도다.
중국사람들이 사족을 펴지 못하는 곰발바닥요리에 대해서도 동의보감은 재미있는 설명을 하고 있다. 곰발바닥이 맛있는 이유가 엄동설한에 곰이 동면할 때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은 하나도 없으니 겨울 내내 발바닥만 핥아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먹성좋은 곰이 몇 달 동안 발바닥을 줄기차게 핥아댔을테니 발바닥의 육질이 아주 부드러워져서 먹기 좋게 변했으리라 생각했지 않았나 싶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소는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두루 쓰이고 있다. 소의 담낭은 물론 우육(쇠고기) 우두(소의 위장)등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소의 침, 배설물도 약재로 쓰이고 있다.
황소의 거세게 밀어붙이는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우육은 비위뿐 아니라 근골을 강화하여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쇠고기의 성질은 BULL의 강세장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약재로 널리 쓰이는 것은 소의 담낭결석인 우황이다. 찬 성질 때문에 흥분한 사람의 정신을 안정시키며 사기를 쫓아내어 광기를 치료한다고 하고 있다. 고열로 의식이 없어서 헛소리를 하거나 소아경기 중풍 등에 쓴다. 황소의 펄펄 나는 기세와 달리 우황은 기운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장이 약한 노약자나 소화기관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는 많이 쓰면 좋지 않다.
우황이 들어간 우황청심원은 예로부터 중풍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담이 막혀서 제정신이 아닐 때 잠깐씩 투여하는 한방응급약으로 쓰여 졌다. 헌데 요즘은 우황청심원이 가정상비약이 되다시피 하여 남용되고 있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요즘 노인분들은 몸 상태가 약간만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우황청심원을 찾는다. 중풍에 대한 공포감이 워낙 크다보니까 머리가 아파도, 몸이 저려도, 소화가 안 될 때도 우황청심원을 찾는다. 이제는 고3 수험생을 비롯한 중고생들까지 시험기간에 마음이 불안하다고 하여 청심원을 상비약처럼 마구 먹어 도리어 기운이 빠지고 소화장애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증시에서의 BULL & BEAR처럼 한의학에서도 대체로 황소는 기운을 위로 끌어 올리고, 곰은 들뜬 기운을 차분하게 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곰만 지겹게 보아온 우리 투자자들이 황소가 힘차게 밀어붙이는 증시를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