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싸구려 주식이 널렸다-배런스

  • 등록 2003-03-17 오후 2:50:27

    수정 2003-03-17 오후 2:50:27

[edaily 강종구기자] 미국 월가에서 가치 투자의 대명사로 추앙받고 있는 워렌 버핏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인 버크셔 해더웨이의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가가 3년 동안 하락했지만 나의 관심을 끄는 종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의 거품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으며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그러나 17일 “시장에는 싸구려 주식들이 널렸고 일부 종목들은 관심을 끌 만하다”며 버핏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배런스는 “투자의 대가인 버핏에게 도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으나 버핏도 놓치고 있는 기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단적인 예로 배런스는 S&P500지수 편입기업 중 올해 추정순이익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미만인 종목들이 전체의 20%인 100개가 넘는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PER가 낮다는 것이 곧바로 투자매력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지만 위험-보상측면에서 유리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가치투자의 선구자인 벤자민 그래함의 말을 인용하면 낮은 주가는 ‘안전한계선(margin of safety)‘를 만들기 때문이다. 벤자민 그라함은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 1934년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라는 책을 출간하며 가치투자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의 이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위험이 적은 주식에 투자하면 주가가 폭락하는 초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장상황과는 관계없이 내재가치보다 낮은 주가의 종목에 분산투자하면 언제든지 수익이 난다는 것이다.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되지 않거나 예측하지 못한 불행이 닥치지 않는다면 PER가 10배 미만인 종목의 주가는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별로 없고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실적만 회복되면 급등할 수 있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배런스는 S&P500 기업중 PER가 10배 미만인 종목의 수는 지난 2000년 초 이후 가장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웰스캐피탈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지난 10일 주가를 기준으로 PER가 10배 미만인 종목은 101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시티그룹,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날드, 최대 모기지회사인 패니매,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등이 포함돼 있다. 워싱톤뮤추얼이나 알트리아그룹(구 필립모리스) 등도 예외가 아니다. 웰스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 짐 폴젠은 “PER가 한 자릿수인 종목이 S&P500지수 편입기업의 20%에 달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13년 동안 1990년 말, 1995년 초 및 2000년 초 등 세 번밖에 발생하지 않았고 이 때 저 PER 종목들의 주가는 매번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저PER종목들의 매력은 한층 높아진다고 폴젠은 설명했다. 과거 단기국채 수익률이 6%,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이 10%일 때도 랠 리가 발생했는데 지금은 단기국채는 1%대, 10년물 국채는 3.7%수준으로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채권에 비해 저PER주식의 매력이 그만큼 높다는 주장이다. 폴젠은 또한 S&P500기업의 평균 PER가 13배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절반 가량은 PER가 13배 미만이라는 단순추정이 가능하다. 강세장 초기였던 1983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시장 전체의 PER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폴젠은 일부 고PER주와 적자예상기업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베이, 야후 및 브로드컴 등 18개 종목의 PER가 50배가 넘고 28개 기업이 올해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돼 시장 전체의 주가가 고평가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물론 저PER종목들 중에는 엘파소나 CMS에너지처럼 문제가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도 PER는 4~5배에 머물고 있는 종목들도 있다고 폴젠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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