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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날 작성해 공유한 합의문 초안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제안됐을 뿐, 석탄, 석유, 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는 빠졌다.
‘단계적 퇴출’ 대신 화석연료의 소비 및 생산을 정의롭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줄여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인 수단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 현재의 3배 확대, 배출가스 저감 장치없는(unabated) 석탄 화력발전소의 신속한 폐기와 신규 허가 제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확충 등이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 대규모 석유 및 가스생산국과 유럽연합, 도서국가를 포함한 100개 이상 국가로 구성된 연합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포함되길 원했다. 지난 30년간 유엔 정상회의에서 달성하지 못한 목표지만, 최근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다 명확한 목표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이에 반대해왔으며, 의장국인 UAE에 관련 문구를 배제하라는 압력을 가했고 이 문구가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2년 전 COP26에선 석탄에 한정해 퇴출 대신 ‘단계적 감축’하기로 합의했고 COP27에선 이 감축 대상을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없는 석유와 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로 확대하는 안이 논의됐으나 불발됐다.
합의안은 이번 총회에 참석한 198개국이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결렬된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화석연료를 포함한 완화된 문구는 상당히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U의 수석협상가인 웝크 훅스트라 기후 담당 집행위원도 “합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양한 요소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번 합의 초안은) 전반적으로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분명히 불충분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영국 정부 역시 “초안이 실망스럽다.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다”며 “영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줄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는 카리브해와 태평양, 인도양 등에 위치한 도서국들의 모임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측은 이 초안이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고 비난했다. 마셜제도 대표단장인 존 실크는 “우리는 조용히 물에 잠기는 무덤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위기 대응에 오랜기간 목소리를 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엑스(X)에 “COP28은 이제 완전히 실패 직전에 있다”며 “이 초안은 석유 생산국의, 석유생산국에 의한, 석유생산국을 위한 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