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ADR·미국 주식예탁증서)에 대한 감사 결과가 이르면 연내 발표된다고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 사진=AFP |
|
소식통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에 대한 미국 회계 당국의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미 당국은 여기에 참여한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KPMG와 최종 논의를 거쳐 조만간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이르면 올해 말 보고서가 나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168개 중국 본토 기업의 상폐여부 등 이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회계 감독 기구인 회계감독위원회(PCAOB) 감사관들은 지난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홍콩에 머물면서 PwC와 KPMG의 홍콩 사무소에서 중국 본토 기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이 PCAOB의 감사를 위해 중국 본토 밖으로 감사 자료 이전을 허용한 첫 사례이다. 소식통들은 현장 감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PCAOB 감사관들이 최근 두 회계법인과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 중이며, 모든 감사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PCAOB 규정에 따르면 이 같은 과정은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 마지막 단계라고 풀이했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기업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HFCAA)에 서명했다. 2021년부터 발효된 이 법은 200개가 넘는 뉴욕 증시 상장 중국 기반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 회계 당국에 세부 감사 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2024년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PCAOB는 자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나라 기업의 외부감사 자료를 직접 확인하는데, 그동안 중국만 국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 대상 감사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알리바바 등 미 증시에 상장된 150개가 넘는 중국 기업을 ‘잠재적 퇴출 명단’에 포함했으며,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등 일부 중국 기업들은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CSRC가 PCAOB와 홍콩에서 자국 기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금융 규제 당국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 등 해외 회계 당국이 감사 과정에서 그외 민감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단 우려를 가지고 있으나 이번 감사 과정에서 미국은 감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향후 미국 감사관들의 중국 본토 방문 허용을 고려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