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찾는 中 투자자…채권·부동산·예술품 주목

개인투자자 주식펀드 환매하고 채권펀드 가입
대도시 부동산 매입·홍콩 미술품 경매 후끈
  • 등록 2015-10-12 오전 11:07:49

    수정 2015-10-12 오전 11:07:49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때 주식투자에 열광했던 중국 투자자들이 채권, 보험, 부동산, 예술품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한 이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증시를 탈출해 더 안전한 투자처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증시가 올 들어 두배 이상 올랐다가 6월 고점을 찍은 이후 40% 이상 떨어지면서 ‘증시가 카지노 같다’는 회의론이 커졌다고 전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도 좁은 박스권에 머물자 좀 더 확실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시각이 높아졌다는 것.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정리하고 채권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금융상품 판매 사이트인 하우바이닷컴에 따르면 9월 채권펀드 판매는 전월대비 50% 증가한 반면 주식펀드 판매는 반면 50% 감소했다. 채권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자 주식형펀드 상당수가 채권투자도 가능하도록 약관을 바꾸기도 했다.

왕밍 상하이 야오지 애셋 매니지먼트 파트너는 “증시가 달아올랐을 때 하루 상승률이 연간 수익률에 버금가기도 했기 때문에 채권은 관심 밖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리스크 선호도가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보험상품도 주식을 대체할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험과 투자가 결합된 상품의 경우 안전하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증시 급락 이후 상하이생명보험은 평균 6000만위안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자산은 5월 말 40억위안에서 90억위안으로 늘었다.

기관투자자 역시 자산운용 대상을 주식에서 채권과 부동산으로 옮기고 있다. 상하이생명보험은 주식 비중을 전체 자산의 10%로 증시 급락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전체 자산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주식을 정리한 영향도 크다. 대신 채권 비중은 5% 미만에서 20%로 확대했다. 자산의 30%는 부동산과 관련된 프로젝트와 펀드에,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상업은행들도 고객 자산관리뿐 아니라 자기자본 운용을 위해 채권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중앙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8월 상업은행은 총 1조6000억위안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는 올 들어 5개월 동안 사들인 채권의 세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 이들은 채권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하로 채권금리는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그만큼 채권가격은 치솟았기 때문. 5년 만기 AA+ 회사채 금리는 4.53%로 랠리 전 5.6%에 비해 떨어졌다.

부동산도 중국 투자자들이 다시 눈여겨보는 자산이다. 중소 신도시는 주택공급 과잉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대도시 부동산 시장은 개선되고 있다. 덕분에 9월 중국 주택가격은 전월대비 0.3% 올랐고 전년동기대비로는 1.3% 상승했다. 특히 홍콩과 맞닿아있는 선전 주택가격이 전년대비 26.4%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고 상하이는 6.5% 뛰었다.

마 지안웨이 상하이 지위안 부동산 에이전시 중개사는 “프랑스 조계지 근처 방 3개짜리 주택 가격은 지난봄 100만달러에서 최근 130만달러로 뛰었다”며 “주택이 주식보다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자산가들은 예술품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주 홍콩 소더비에서 판매된 예술품은 총 3억4200만달러로 사전판매 추정치를 16% 웃돌았고 폴리옥션 홍콩은 총 9억홍콩달러어치를 팔아 지난 가을 대비 10% 성장세를 보였다.

소더비에서 이탈리아 작가가 그린 중국 황제 초상화는 1760만달러에 판매돼 초상화 사상 최대 가격을 기록했다. 폴리옥션에서는 홍콩에 사는 한 중국 본토 기업가가 10미터짜리 ‘난징시 전경’ 족자를 670만달러에 사들여 홍콩에서 팔린 중국 고미술 가격으로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오 수 폴리 이사는 “경기가 침체해도 유명 예술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유명하지 않은 작품은 안 팔리고 있다. 아트쉐어닷컴 설립자인 알렉스 에레라는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여전히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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