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고 술, 담배에 대한 세금을 늘린다고 하니 야당에선 `부자감세·서민증세`라고 비판했고 비판여론은 인터넷을 타고 널리 퍼졌다. 인터넷상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도 사실처럼 받아들여지자 해명 댓글도 달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정부 프락치냐`며 인터넷 마녀사냥을 당하기 일쑤였다. 혹시라도 IP주소까지 추적해 댓글이 정부부처에서 나왔다는 것이 알려질 경우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할까봐 댓글 달기도 무서웠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 해 `부자감세·서민증세`라는 구호는 술, 담배 등 외부불경제에 대한 세금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철저히 중단시켰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났다. 더욱 더 민감해진 `세금`은 정부가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뺏겼다고 할 만큼 이해단체와 부정확한 정보에 현혹된 여론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 마녀사냥식 세금결정..`논의의 장`이 사라진다
지난달 초 때 아닌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논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는데도 한 시민단체는 서명운동까지 벌였고 대다수 언론은 `폐지는 절대 불가`라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직장인 40%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일각에선 `부자감세·서민증세`라는 반(反)정부 정서가 또 다시 나타났다. 그렇지만 한거풀 더 벗겨놓고 보면 `직장인 60%는 버는 돈이 적어 공제혜택을 받을 수조차 없다`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었다.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다면 신용카드 공제혜택을 줄이고 근로장려금(EITC)을 늘리는 방식이 더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틈은 없었다.
◇ 정책결정에 주도권 뺏긴 정부·국회..`휘둘리다`
이슬람채권과 연계된 거래에 세금을 감면하는 방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특정 종교에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이유로 기독교 등 종교단체의 거센 반대여론에 휘둘리고 있다. 기독교는 `대통령 하야운동`을 거론할 정도로 거세게 항의했다. `표`를 생각한 국회는 개정안 폐기까지 불사하며 돌아선 상태다.
이슬람채권은 타 채권에 비해 저리에 장기로 자금을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좋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슬람채권의 경제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단체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원칙으로 돌아가라.."종교·이익단체 바뀌어야"
올해 초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은 마녀사냥식 정책결정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 새삼 알게 한다. 더구나 이를 정책결정자인 정부나 국회가 쉽게 용인하면서 `목소리가 큰 놈`이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다. 세금의 가장 첫 번째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이다. 그래서 공정성, 형평성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만 마녀사냥식 정책결정은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책에 민의(民意)가 반영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민의가 국민 전체의 뜻인지 특정세력의 뜻인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며 "국민 전체의 뜻이라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편으로는 힘 있는 종교단체, 전문자격사 등 이익단체들이 자기들만의 이익추구를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단체는 현실에서 멀어지고 이익단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