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물가상승은 코스트푸쉬(고유가 등) 측면 뿐 아니라 수요(유동성)측면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내 경기와 물가 동향을 감안해 과도한 시중유동성에 대해서는 건전성 차원의 관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특히 대부분의 유동성 증가가 시중은행 대출이 느는 탓이라며, 이를 억제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일시에 강한 조치를 취할 경우 부작용이 염려되고, 시장친화적 방법도 마땅치 않아 구체적 실행계획은 유보적이다.
◇과잉유동성, `주범은 시중은행` 지목
정부 시각에 유동성 공급의 주 요인은 민간, 즉 시중은행이다. 최근 물가상승이 전적으로 비용측 압력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부 수요측 요인도 있다는게 재정부의 의견. 이같은 차원에서 넘치는 유동성은 수요요인을 확대시켜 물가불안과 실물시장 불안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 민간, 해외부문 민간을 유동성 확대의 `범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었고 외국인들은 최근 주식을 팔아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에, 양측은 통화를 환수하고 있다는 논리다. 결국 통화증가는 민간부문의 대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 4월 기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5조8000억원, 기업대출은 10조9000억원 각각 늘어났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렇게 민간대출이 늘어나는 것이 건전하게 늘어나는지, 금융기관의 지나친 자산경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면밀한 건전성관리 차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법론은 묘연
이렇게 시중 은행의 대출증가를 타깃으로 설정한 정부는 여신심사나 건전성관리를 강화하고, 회사간의 몸집불리기 경쟁을 막을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과 대기업대출이 주요 타깃이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4월에 7조4000억원 늘어 급증세지만, 이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계속 강화한다”고 밝혀 죄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가계대출은 ▲DTI(총부채상환비율), LTV(담보인정비율) 등 상환능력 중심의 여신심사와 건전성을 관리하고 ▲기업대출은 대기업의 경우 과도한 M&A 대출을 억제하며 ▲금융회사간 무분별한 자산 확대 경쟁을 막기 위해 수익성과 건전성에 대해 집중 관리하겠다,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임 국장은 “DTI나 LTV 규제를 추가로 강화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때문에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대출을 죄일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 기업 자금줄 죄어 역효과 날라
지난 2006년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은행별로 창구지도에 나섰던 전례가 있다. 당시 금감원은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던 일부 시중은행에 대해 월별 주택담보대출 취급한도를 정해주고, 한도를 넘어서면 신규대출을 중단케 했었다. 당시에 이같은 직접적 대출규제를 했던 것은 부동산시장 상황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방식의 직접규제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여신건전성에는 별문제가 없고, 섣불리 대출을 죄었다가 기업 자금줄을 죄는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전성규제`라는 대책들이 얼마나 강도 높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또 대기업의 M&A 대출을 어떤 방식으로 억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임 국장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