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후쿠시마 오염수 기준 부족, 방류외 대책도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사고원전 관리 기준 부족···시료도 객관성 담보 어려워
"정부와 싸우자는 것 아냐, 국민 위해 대안 마련 필요"
  • 등록 2023-06-14 오전 11:41:39

    수정 2023-06-14 오후 7:44:07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방류 외에 다른 대안도 일본정부에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서균렬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을 강조해 온 연구자다.

원자력계를 포함해 상당수 과학계가 원전 오염수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준다고 지적하는 것과 달리 그는 일관되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 왔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가 일본을 방문한 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점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괴담 선동’과 ‘과학적 검증’이라는 상반된 내용이 대립하고 있는데다 국민 불안도 여전하다.

서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원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리나 감독 기준이 미흡하다”면서 “방류 외에도 다른 대책도 있는데 지나치게 방류를 서두르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제기준, 시료 객관성 부족

서 교수는 일본의 도쿄전력, 히타치 등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내구성 등을 다룬 사양서가 공개되지 않았고, 처음 넣은 원시료에 대한 처리 결과 등 진정한 의미의 원자료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국제적으로도 후쿠시마오염수를 제대로 관리하고, 규제할 기준이 없고, 사고후원전에 대한 해양 환경이나 인체 영향 등에 따른 분석도 부족하다고 했다. 현재 운영중인 원전에는 각종 기준이 있지만, 후쿠시마원전 사고처럼 사고원전에 대한 관리 기준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그는 ALPS 설비를 점검하고, 오염수에 따른 생태계 교란 여부와 선박 평형수(선박의 균형을 위해 실린 물) 영향, 삼중수소 외 다른 방사성핵종의 장기적인 영향 등 다양한 변수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장 오염수 처리상태가 좋은 K4탱크군만 골라서 상태가 좋은 시료만 분석했는데 다양한 탱크군에서 주기적인 시료채취와 검증이 있어야 한다”며 “삼중수소 보다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주요 핵종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충분한 대화와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

서 교수는 일본 정부에 출구전략을 제시하고, 방류를 막았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서 교수는 “(그동안 오염수 문제를 지적해 왔던 부분이) 정부와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출세나 명예를 위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학자로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토론을 통해 대안을 찾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류 외 다른 대책으로는 “가뭄으로 지하수량이 줄어 오염수 탱크가 앞으로 1년 정도 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공조한다면 ALPS 보다 더 우수한 필터를 적용하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면서 “방사선을 먹고 사는 원시동물을 풀거나 인공호수에 넣어 관리하는 등 여러 대책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는…

△1956년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매사추세츠공대 핵공학 석사 △매사추세츠공대 핵기계공학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소 응용연구소그룹 실장 △웨스팅하우스 선임연구원 △프랑스전력청 객원 연구원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필로소피아 대표 △국제원자력한림원 정회원 △태평양원자력협회 부회장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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