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폐지..강남 재건축에 물어봐?

분양가상한제 폐지 시 재건축 집값 추가 상승
강남 집값 불안 막지 않고는 폐지 어려울 수도
  • 등록 2009-09-09 오후 2:59:51

    수정 2009-09-09 오후 3:12:57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격규제라는 면에서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제도인만큼 폐지 명분은 있지만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폐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정부는 민간택지에 한해서라도 분양가상한제는 우선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분양가상한제를 풀어야 공급을 늘릴 수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7월 중 민간택지에서 건설 인·허가된 물량은 7만3000가구에 그쳤다. 전년동기 대비 42.7% 줄어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권도엽 국토부 1차관은 지난 4일 열린 경제5단체 부회장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국지적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비해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시 적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정기국회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달까지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에게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설득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폐지 추진에 앞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강남 재건축 가격 상승세를 막아야 한다는 것. 국토부에서도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최근의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값 급등세를 꼽고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기본 입장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면서도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강북 재개발 지역 등 일부지역의 집값이 치솟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민간택지인 재건축아파트 사업지에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현재보다 상당히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경우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하고 이런 양상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아주 크다.

대형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실제로 분양가격의 한계를 정해 놓은 분양가상한제는 재개발·재건축조합들에게는 사업의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며 "용적률, 층고제한 등과 마찬가지로 상한제가 폐지된다면 사업 수익성이 좋으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현재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이들 아파트의 가격이 뛸 것이 분명하다. 공급 정상화라는 명분으로만 추진하기에는 정부가 짊어질 위험이 너무 크다.

현재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묘수는 없어 보인다. 강남3구는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도가 높은 대출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주택관련 협회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로서는 시장경제에 맞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며 "명분은 있지만 현 시장상황을 봐서는 정부가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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