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에반스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하이닉스를 팔아야 하는 7가지 이유(HYNIX SEMICONDUCTOR - Seven reasons to SELL)`라는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그가 제시한 7가지 이유는 ▲D램 재고 증가 ▲PC당 D램 채용 둔화 ▲삼성전자의 공격적 목표 ▲플래시 수요 둔화 ▲낸드 경쟁력 약화 ▲우시 공장 정전 ▲고평가된 주가다.
이에 대해 송 애널리스트와 박 애널리스트는 각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송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를 사야 하는 7가지 이유`라는 메모를 작성하며 진화에 앞장섰다.
그가 꼽은 7가지 이유는 ▲설비투자 축소 효과 본격화 ▲전략적 제휴 구도 변화 효과 ▲선발업체들의 8인치라인 퇴장 ▲PC당 D램 채용 증가 지속 및 하반기 낸드 수요 견조 ▲6월 D램 가격 상승 가능성 ▲6월 낸드 가격 상승 가능성 ▲전략적 투자 윤곽에 따른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다.
◇D램 재고 증가
CLSA의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A데이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듈 제조업체와 PC 제조업체들의 D램 재고는 통상 2~4주보다 높은 6~8주에 달하고 있다"며 "가격 하락세가 시작되면 이 물량이 시장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대우증권 송 애널리스트는 "D램 재고가 높아진 것은 하반기 수요를 앞두고 제조업체들이 재고를 쌓아두는 기간이기 때문"이라며 "CLSA의 보고서는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박 애널리스트도 "일부 D램모듈 제조업체들의 재고만 6주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을 뿐 전세계 평균은 계절적 성수기 적정 재고 수준인 4주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PC당 D램 채용 둔화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D램 가격이 상승하면서 PC 1개 당 들어가는 D램 수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애널리스트는 "PC당 D램은 1분기 1.7GB(기가바이트), 2분기 1.9GB에 이어 3분기와 4분기에는 2.1GB와 2.3GB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에 따른 효과"라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도 "올 3분기에 D램 채용 성장율이 둔화되는 것은 2002년 이후 2004년 한해만 제외하고 매년 있었던 현상에 불과하다"며 "올 3분기의 경우에는 전년동기 1.6% 보다 6.7%포인트 높은 8.3%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올해 100%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기준 출하량 증가율) 달성을 목표로 D램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D램 구매자나 경쟁 제조업체들은 이에 따른 영향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100% 이상의 비트그로스를 가이던스로 제시하고 있고, 가격에 대한 전망 또한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의 분기별 비트그로스 중 2분기가 28%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5월에만 D램 고정 거래선 가격은 20% 상승했다"고 맞섰다.
송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비트그로스 100% 달성은 목표일 뿐 실제로 가능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플래시 수요 둔화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샌디스크의 엘리 하라리 사장의 언급을 거론하며 "플래시 제품 최종수요자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하이닉스 매도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박 애널리스트는 "샌디스크 사장의 코멘트는 실적 부진 가능성에 대한 면피용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한국 기술업체들 대부분이 2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PC, 휴대폰, LCD TV 등 주요 IT 제품 출하량으로 가늠해 볼 때 미국 지역의 경기 둔화를 이머징마켓, 특히 중국이 보전하는 양상을 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6월 이후 애플 아이폰 주문 증가와 빠듯한 8GB 멀티레벨셀(MLC) 수급으로 인해 낸드 가격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낸드 경쟁력 약화
에반스 애널리스트가 "마이크론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함에 따라 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지위가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박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가 올해 IM플래시에 시장점유율을 상실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IM플래시가 산업 평균을 상회하는 출하량 증가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나 도시바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48nm 적용이 순조로워 3분기부터는 낸드 부문의 수익성이 대폭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이닉스의 48nm 적용이 순조로운 반면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42nm, 43nm 적용은 계획 대비 소폭 지연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6월 이후 애플 아이폰 주문 증가와 빠듯한 8GB 멀티레벨셀(MLC) 수급으로 인해 낸드 가격 강세가 예상되고, 낸드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16GB로 옮겨가는 동안 하이닉스가 8GB를 유지하면서 가격상승으로 인한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우시 공장 정전은 D램 가격에는 긍정적일지도 모르지만 하이닉스의 브랜드 자산, 시장 지위, 신용도 등에는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송 애널리스트는 "우시 공장 정전으로 인해 공급이 축소되는 것은 D램 가격 측면에서 나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애널리스트도 "정전으로 인한 매출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100억원에서 200억원 가량의 원가 상승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고평가
에반스 애널리스트가 1.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 "하이닉스는 지속 가능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12%라는 점에서 현재의 주가는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가 고평가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이 가해졌다. CLSA는 하이닉스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강력매도(Conviction Sell)`와 2만1000원으로 유지했습니다.
송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업황이 상반기에 턴어라운드해 하반기에 더욱 강화돼 3분기에는 흑자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기에 하반기 채권단 지분 매각 윤곽이 드러날 것을 고려하면 적정주가는 3만5000원 정도가 된다"고 분석했다.
또 박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지속가능 ROE가 8~12%라고 보는 것은 너무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D램 가격이 이미 큰 폭 상승한 상황에서 1.2배의 PBR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고로 과거 D램 산업 고점 당시 하이닉스의 주가는 주당 장부 가치 대비 2.5배까지 상승한 바 있다"며 "2분기 중의 원화 절하 등을 감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2008년과 2009년 주당 장부 가치를 각각 1만8200원, 2만150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애널리스트가 반도체를 분석?
한편 하이닉스 논란을 발단으로 시장에서는 CLSA 매트 에반스 애널리스트의 경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거 게임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최근 전자업종을 맡은 그가 지나치게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기업 분석을 내놨다는 평가다.
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트 에반스라는 이름은 반도체 업종에서 그다지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고 최근에 담당이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는 오히려 과거 웹젠, 엔씨소프트 등을 맡던 게임 애널리스트로 많이 기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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