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법원에 출석한 뒤 밤에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공개 연설을 한다. 자신의 기소가 부당하다는 점을 알리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 마스크를 쓴 한 남자가 2일(현지시간) 뉴욕시 트럼프 타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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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오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4일 오후 2시15분께 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 후 오후 8시15분 팜비치에 있는 자택 마러라고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절차에 앞서 맨해튼 지검에서 지문 채취와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기소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통의 피고인처럼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소인부절차는 피고인에게 기소 내용을 고지하고 재판부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약 30개 정도로, 이중 최소 1개는 중범죄 혐의도 담겨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타코피나 변호사는 CNN에 출연해 “기소 관련 세부내용은 월요일에 나올 것”이라며 “우리는 ‘무죄’라고 자랑스럽게 밝힐 것 외에는 모든 사항은 미정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 혐의는) 어떤 법도 해당하는 게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기각할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이날 저녁 발표할 연설 내용도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자신의 정치적 박해와 선거를 조작하기 사법시스템을 정치적으로 무기화하는 것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귀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기소를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고 있다. 그는 기소 전부터 공개적으로 체포설을 제기하고 사실상 지지층의 폭력시위를 선동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대선 지지도는 1위다. 야후 뉴스와 유고브가 지난달 30~31일 미국의 성인 108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2%였다. 유력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보다 31%포인트나 뒤처진 21%다. 이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5%,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3% 등 순이다.
폭력시위 우려에 뉴욕시 경찰은 트럼프 타워 주변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맨해튼 형사법원 근처 도로를 봉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