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회고록 판매중지 가처분 신청 기각, "이유 없다"

  • 등록 2021-05-14 오전 10:50:31

    수정 2021-05-14 오전 10:50:31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시민단체들이 북한 김일성 주석 항일회고록의 판매, 배포를 금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이날 “채권자들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을 구할 피보전 권리나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 채권자들의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연대(NPK) 등 보수, 반공 단체들은 앞서 김일성 주석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돼 있고 김일성 일가를 미화한 책이므로 “판매·배포되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인격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한다”며 가처분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서적의 판매·배포 행위로 인해 신청인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등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겠지만, 이 사건에서 서적 내용이 신청인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가처분 신청 사유가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서적이 국가보안법상 형사 처벌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행위가 신청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했으니 금지돼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적 판매·배포 행위는 국가가 헌법을 수호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신청인들에게 사법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은 자신들보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격권은 전속적 권리로서 신청인들이 임의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신청할 수는 없다”며 가처분 신청 주체상 문제도 지적했다.

이 사건 소송 대리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 항고장을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도 변호사는 “채권자들 가운데는 6·25 전쟁 납북자의 직계 후손이 존재했다. 직계존속에 대해 납치범죄, 전쟁범죄를 저지른 1급 전범 책임자를 거짓으로 우상화 한 책을 합법으로 가장해 판매·배포하는 것은 명예와 인간존엄성을 포함한 인격권을 짓밟는 행위로 사법상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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