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리 근 미국국장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성 김 대북특사간 비공식 협상에서 이같은 합의가 이뤄졌다고 `정통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FP는 `북미간 조용한 진전`(Quiet progress made in US-North Korea talks)이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북한의 다자회담 복귀전 2차례 양자회담 개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면담 ▲핵 무기 및 관련 프로그램 폐기 내용을 담은 `9.19 선언` 준수와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로의 조속한 복귀 등 3가지 조건을 북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은 양자회담 개최 및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내용 등에 대해서는 합의하면서도, `9.19선언` 준수와 NPT 복귀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의 토대 위에서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내용이 흥미로운 것은 실무접촉 이후 양측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점에 있다. 미국은 "매우 유용했다(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고 평가한 반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미(북미)대화와 관련되는 실질적인 문제가 토의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북한 중앙통신은 3일 "6자 합의에 따라 무력화됐던 영변 핵시설을 원상복구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재처리 시설을 가동시켰으며 8천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8월말까지 성과적으로 끝냈다"고 주장,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북미간 기싸움과 상관없이 물밑 협상으로 `대화 국면`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북핵 6자 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을 초청한 지가 꽤 됐기에 미측이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며 "가장 최근에 들은 얘기는 미측이 조만간 입장을 정할 것 같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북미 양자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후계자 문제 등 다급해진 북한이 `미적거리고 있는 미국에 대해 오히려 당근과 채찍을 쓰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백 위원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한 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의회 등 워싱턴 정치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인데다 (이전 정부부터 내려온) 비확산 전문가들이 백악관부터 국무부 국방부 등에 자리잡고 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자기 정치` 등 복잡한 상황이 (미국이) 북미 대화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시간을 끌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실무접촉은 북미 양자회담을 위한 마지막 실무접촉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오마바 대통령의 (이달 중순)방한 후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