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각)고점을 뚫기 전에..

  • 등록 2005-08-22 오후 5:18:45

    수정 2005-08-22 오후 5:18:45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뜻밖의 횡재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항상 노력대비 그 이상의 성과는 찜찜하기 마련이다. 22일 증시 급등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사도 비슷하다. 요즘들어 급등장이 자주 나타났지만 이날 하루 오름폭은 올해들어 가장 컸다.

역시 `기관장세`라 이름붙인 장답게 기관들의 기세는 거침없다. 프로그램 순매수가 2400억원 이상 유입되고, 월말 적립식펀드 유인이 자금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면서 지수는 스프링처럼 튀어올랐다.

물론 지수를 끌어올린 물리적인 요인들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북미 반도체 수출출하비율(BB율)의 상승세와 아시아 증시의 동반상승세, 9월 영국 FTSE 선진국지수 최종편입 가능성과 외교통상부장관의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 언급,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종합부동산대책까지 호재성 재료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이들 호재의 조합이 상승세의 충분조건이 된다해도 직접적인 급등을 이끈 촉매라고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차라리 풍부한 자금 앞에 그나마 최근들어 저렴해진 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번의 큰 등락과정을 통해 1080선의 지지력이 확인됐고, 이날 급반등세로 지지여부에 대한 시장의 확신은 더 강해졌다. 바닥이 손에 집히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고, 상승탄력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그렇지만 지지선 확보와 저항선 돌파는 별개의 문제다. 지수가 오른 이유만큼 이날 급등세를 못미덥게 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외국인의 경우 선물은 순매수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현물을 순매도하고 있다. 7월 랠리를 이끈 축 하나는 꿈쩍 않고 있다. 특히 기관 위주로 대형주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사이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을 의식한 손바뀜도 활발했다.

또 지수 자체는 급등했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되레 줄었다. 최근 지수가 급등락하는 사이 거래소는 다시 거래대금이 3조원을 밑돌고 있고, 코스닥 시장도 이날 거래대금이 1조2000억원대에 머물렀다. 거래가 수반되지 않은 주가 상승의 의미는 반감된다. 게다가 고유가, 미국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여러 우려등 단골 악재들이 시원스레 물러선 것도 아니다.

내주까지 적립식펀드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예정이고 유동성만으로 증시는 저절로 부양될 기미다. 그러나 하루 기술적 반등에 부화뇌동않고 오히려 머뭇거리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당장 고점을 뚫기보다는 박스권 흐름을 염두에 두라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고점 돌파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뭔지 시장 스스로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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