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태 처리하고 말하시오” 아웅산 테러 사건에 北 ‘적반하장’

통일부, 남북체육·적십자회담 담긴 문서 공개
1981년부터 1987년까지 정치 분야 내용 담겨
1차 체육 회담서 양측의 사과 요청과 반박이 이어지며 결렬
3차 회담 이후 북한의 4차 회담 거절로 성과 없이 종료
  • 등록 2024-07-02 오전 11:01:00

    수정 2024-07-02 오전 11:10:57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1983년 10월 9일 버마(현재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 등으로 인해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됐던 시기인 1984년 초 진행된 남북체육회담 관련 문건이 공개됐다.

통일부는 1981년부터 1987년까지 정치 분야 남북회담문서 총 2권(10권 및 11권)을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다섯번째 공개 자료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서는 제1차 체육회담(4. 9)에서 남북한 체육 분야 대표가 격렬하게 토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통일부)
문서에 따르면 우리 측은 “버마 암살폭발사건과 최은희 신상옥 양씨의 납치사건은 우리 국민들과 전세계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며 “우리 국민은 이같은 테러 와 납치행위가 장차 우리 체육인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귀측이 진정으로 단일팀 구성과 남북 체육교류를 바란다면 북한당국은 마땅히 이에 대해서 사죄를 하고 앞으로 결코 이러한 동족살상과 납치행위를 하지 않겠 다고 내외에 명백히 해야 할 것”이라고 북측에 사과를 요청했다.

1984년 4월 9일 체육회담 당시 회의록 일부(사진=통일부)
이에 대해 북측은 “이미 명백히 천명한 바와같이 랑군(미얀마 양곤) 사건은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양곤 사건과 같은 정치 문제를 개입시키는 것은 체육 문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회의록에 작성돼있다.

또 북측은 “우리로서도 양곤 사건은 물론 광주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문제를 가지고 할 말이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겨레의 원한이 사무쳐있는 피비린내 나는 광주사태야 말로 사상유례없는 민족백정 행위이며 온 겨레와 인류가 규탄하는 가장 첨참학 대학살 만행”이었다고 맞대응했다.

이같은 남북 간의 의견차이로 1차 체육회담은 양측간의 제의만 하고 끝마쳤다. 이후 남북은 3차회담까지 진행했지만, 북한이 4차회담 일자를 주지않고 거절하면서 23회 LA올림픽 대회 남북한 단일팀 출전하기 위한 체육회담은 성과없이 끝났다.

이번 통일부가 공개한 문서에는 남북체육회담 외에 △남북한당국 최고책임자 상호방문 및 최고책임자회담 제의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 천명 △제8차 남북적십자 회담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단 서울·평양 교환방문 등 내용이 담겼다.

공개된 남북회담문서 원문은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국립통일교육원 △북한자료센터 내에 마련된 ‘남북회담문서 열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북회담문서 공개 목록 및 공개 방법, 열람 절차 등은 남북회담본부 누리집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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