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앞으로는 번호판 사용료, 명의이전 비용 등 운송사가 화물차주로부터 부당금전을 받는 행위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개인 화물차주가 운수회사 명의로 영업용 번호판을 등록하고 일감을 따내는 업계의 오랜 관행인 지입제의 폐단이 법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입제 폐단을 근절하고 화물차주의 권익개선을 위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1월19일~2월28일) 한다고 18일 밝혔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9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제 재입법과 지입제 폐지를 위한 화물연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그동안 개인이 산 화물차임에도 명의는 운수회사에 귀속돼 번호판값·지입료 등 회사에 내야할 돈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해 2월 국토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지입제 개혁과 표준운임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관련 법안의 국회 논의가 지연됨에 따라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화물운송산업 개혁 과제의 지속 추진 입장을 밝혔고 그 후속조치로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등을 진행한다.
우선 화물차주의 차량 소유권을 보호하고 운송사의 부당한 갑질 근절 등을 위해 번호판 사용료, 명의이전 비용 등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부당금전을 요구하거나 이를 받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즉 운송사가 지입계약 체결을 명목으로 번호판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지입계약 만료 이후 차량 명의를 변경해 주는 조건으로 별도의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는 운송사는 과태료 500만원 부과는 물론, 최대 감차 처분까지 받게 된다.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과적을 요구하거나, 판스프링 등을 불법튜닝해 운행하는 행위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는 운송사는 최대 허가취소까지 받게 된다.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일감을 제공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하도록 현재 운영 중인 최소운송의무제를 내실화한다. 최소운송의무제는 운송사가 연간 시장 평균 운송매출액의 20% 이상 화물을 운송할 의무다. 예를 들어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일감을 제공하지 않는 등 최소운송의무를 위반하면 현재는 사업 정지에 불과하나 앞으로는 소속차량 즉시 감차 처분을 받게 된다. 이를 이유로 운송사 차량 감차가 이뤄지더라도 해당 화물차주의 귀책사유가 없으면, 화물차주가 운송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임시허가를 부여하는 등 제도적 보호 장치도 마련한다.
또 대폐차 등의 변경신고 관련 위탁사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법령에 ‘협회’로 명시돼 있는 위탁기관을 국토부가 ‘지정고시’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아울러 표준운임제 도입 지연에 따른 운임 기준의 부재가 운임하락으로 이어져 화물차주의 소득 불안이 커진다는 우려에 따라 화물차법 개정을 통한 표준운임제 도입은 지속 추진하되 법 개정 전까지 입법 공백을 방지하고 화물차주 우선 보호를 위한 표준운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정부는 2월까지 표준운임 논의를 위한 표준운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 논의를 거쳐 표준운임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중 공표할 계획이다.
정우진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은 “지입제 개혁과 표준운임제 도입 등 화물운송산업 개혁은 화물차주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정부는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국회와 협력하여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위한 화물운송산업 개혁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