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전기료 부담 덜었지만 채솟값 급등..장바구니 물가 '출렁'(종합)

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동향'
7·8월 전기료 인하, 물가지수 끌어내려
"전기료 인하 빼면 전년동월비 1.7% 상승"
근원물가 18년 8개월만에 1%대 아래로
채솟값 전월비 30% 넘게 올라 장바구니 부담
정부 "추석 성수품 집중관리로 물가 관리"
  • 등록 2018-09-04 오전 9:45:43

    수정 2018-09-04 오전 9:45:43

계속된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7월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6일 한국전력 대전본부에서 한전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발송할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진영 최훈길 기자] 전기요금 인하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근원물가도 1%대 아래로 떨어졌다. 생활물가도 하락했다. 그러나 채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밥상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통계로 잡히는 전체 소비자물가와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사이의 격차가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1로 전년동월대비 1.4% 상승해 지난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2.1%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11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1.6%를 기록한 이후 5월 1.5%, 6월 1.5%, 7월 1.5%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2.0%)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도 하락해 전년동월비 0.9%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 등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물가다. 근원물가지수가 1%대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1999년 12월 0.5%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8년 8개월만이다. 생활물가지수는 1.3% 상승해 지난달 1.5%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됐다. 7~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전기요금이 내려가면서 관련 물가도 내려간 셈이다.

통계청은 전기요금 인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폭염으로 (정부가) 전기요금을 16.8% 낮추면서 소비자물가 낮아졌다”며 “(전기요금 인하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0.28”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와 생활물가지수에도 전기요금이 포함돼있어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물가지수의 전기·수도·가스 부문은 -8.9%로 7월(-1.8%)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김 과장은 “전기료 인하를 감안하지 않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7%”라고 덧붙였다.

통계청 제공
전기요금 인하에도 장바구니 물가는 상승해 소비자들 체감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폭염으로 채소류 작황이 악화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의 농축수산물의 8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3.5%로 7월(1.5%)보다 2.0% 포인트 올랐다. 쌀(33.4%), 고춧가루(44.2%), 수박(31.1%), 복숭아(29%), 무(24.4%), 시금치(22%), 오징어(19.5%) 등도 상승했다.

특히 올해 7월과 비교해 보면 채소류는 30%나 올랐다. 이는 2016년 9월(33.2%)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배추(71%), 수박(63.3%), 시금치(128.0%), 무(57.1%), 파(47.1%), 상추(40.5%), 양배추(85.5%) 물가가 전월 대비로 급등했다. 매주 또는 매달 장을 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물가 상승폭이 더 커진 셈이다.

공업제품도 전년대비 2.0% 올라 전월(2.0%)과 같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공업제품 중 석유류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12% 올랐다. 경유가 13.4%, 휘발유가 11% 올랐다. 경유는 지난 6월부터 두자릿수 증가세다.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김윤성 물가동향과장은 “전기료 인하가 한시적이라서 하반기 물가가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동결(1.50%)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 머무르는 것은 아무래도 정부 정책의 영향이 상당 부분 컸다”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전망치(1.6%)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보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향후 물가는 폭염 등 농축수산물의 계절적 상승압력이 완화되겠으나 기저효과 등으로 1%대 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9월은 추석물가 불안에 대비해 서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성수품 수급과 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고 농축수산물 중 14개 중점관리 품목을 선정해 추석 전 3주간 정부 비축물량을 평소보다 1.3~1.7배 더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의 한 마트 야채 코너에서 한 시민이 폭염으로 성큼 올라버린 야채들의 가격을 확인하며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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