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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국내 전국 30층 이상 2107동 건물중 6.4%(135동)가 58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동일한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3월 건축법에서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에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전 건물은 새 건축법에 적용받지 않아 대형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외장재를 교체하려면 건물을 해체하거나 리모델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장재 교체를 강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30층 이상 건물 6.4%, 가열성 단열재 사용
22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화재보험협회의 ‘국내 고층건축물 외장재 사용현황(올 8월말 현재)’ 자료에서 2012년3월 건축법 이후 불연단열재를 사용한 고층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전국 30층 이상 건물 2107동 가운데 6.4%인 135동이 제천 스포츠센터와 같은 드라이비트 외장 단열재를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는 30층 이상의 고층건축물은 총 2315동으로 수도권에 56%(1299동)가 있다. 용도는 아파트가 92.3%(2138동)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208동은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적용했다. 지난 2010년 부산의 우신골드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개정한 건축법을 적용해 불연성 외장재가 사용됐다. 그 외 2107동을 전수조사한 결과 135동에 가연성 외장재가 사용됐다. 135동에는 공동주택이 97동으로 가장 많았으며 업무시설 34동, 숙박시설 2동으로 확인됐다.
‘드라이비트’ 공법이란 미국의 외단열미장마감공법 회사 중 ‘드라이비트’라는 상표를 가진 제품이 지난 1980년대 국내에 들어오면서 마치 보통명사화됐다. 이 공법은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방식으로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단열 성능이 뛰어나 그동안 여러 건축물의 외장 마감 공법으로 많이 사용됐다.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외장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는 불을 만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사상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이철 화보협회 화재환경시스템팀 선임연구원(공학박사)은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은 저품질의 외장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건물 화재 시 화재피해가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무분별한 가연성 외장재의 사용은 건축물의 외부 방화구조를 취약하게 하고 상층부로의 연소확대가 빠르게 진행돼 대형화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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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책임연구원은 “독일은 단열재 두께가 100mm 이상이면 모든 개구부 상단에 화재 확산방지를 위해 불연단열재(미네랄울 등)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국내에는 개구부에 대한 화재 확산 방지 규정이 없다”며 “국내 단열재 규정은 지역별 두께 기준만 있고 재질 또는 시공에 대한 별도 규제는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물 이음부의 마감방법 등과 같은 세부사항 등을 포함한 화재 시험 방법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관련 표준 시험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천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가연성 외장재가 설치된 건축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축물 개·보수 시 외장재 교체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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