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는 예로부터 호수와 수로가 많아 `강남의 수향(양쯔강 이남 지역에 위치한 물의 도시)` `동양의 베니스`로 잘 알려진 도시. 지금도 구 도심지역에는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쑤저우 한 켠에 자리잡은 공업원구(園區)에서 고풍스러운 도시 이미지를 보긴 어렵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 80여개가 공업원구에 앞다퉈 자리 잡으면서 `중국의 IT 중심기지`로 다시 태어난 쑤저우공업원구를 지난 30일 찾아갔다.
◇ 싱가포르 자본, `쑤저우 자수`에서 미래를 보다 쑤저우공업원구의 탄생 비화는 2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은 `아시아의 4대 용`으로 불리던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이 곳의 발전상을 둘러본 그는 "중국은 철저한 계획과 엄격한 관리방식을 가진 싱가포르를 따라가야 한다"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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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싱가포르 투자단은 쑤저우와 인근 우시(無錫), 산둥(山東)성의 한 연해도시를 후보지로 삼았다. 하지만 각 도시를 방문한 뒤 쑤저우를 최종 선택했다. 1990년대 초 이미 상하이 푸둥(浦東)지구의 개발이 시작돼 배후 지역인 쑤저우의 발전 가능성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2500여년의 오랜 도시 역사를 가진 쑤저우의 문화적 소양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리콴유는 쑤저우 특산인 `양면자수`를 보고 "이 손기술을 IT(정보통신)산업에 쏟으면 대단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 3대 지주사업서 각각 100조 매출 이뤄 1994년 공업원구가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이 지역은 흙탕물로 가득한 호수를 낀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당시 세워진 20년 계획의 도시 청사진은 거의 바뀌지 않고 17년만에 80% 이상이 현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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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 공업도시로 거듭난 원구의 전체 면적은 288㎢로 서울(605.25㎢)의 절반에 조금 못미친다. 이 중 호수 등 수면이 차지하는 3분의 1을 제외하고 나머지 각각 3분의 1에는 제조업 생산단지와 주택 및 상업·교육지구가 채워졌다. 특히 진지(金鷄)호, 두수(獨墅)호, 양청(陽澄)호 등 세 곳의 큼지막한 호수는 공업원구를 `수향`이라는 쑤저우 별칭에 걸맞는 생태환경 도시로 변모시키는 데 일조했다. 대규모 토목 공사로 호수바닥을 긁어 물을 맑힌 진지호 주변에는 금융·상업지구가 들어섰다. 두수호를 끼고는 대학과 연구개발지구가, 양청호 주변에는 주거·휴양지구가 자리잡았다.
야오 부주임은 "정보통신, 정밀기계, 현대적 서비스업이 3대 지주산업"이라며 "각 산업 별로 20년안에 매년 1000억달러(한화 약 100조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초기목표는 벌써 작년에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공업원구 1호 기업으로 1995년 반도체 공장을 입주시킨 삼성전자는 그후에도 가전, 노트북, LCD 등 각 주력 분야의 생산법인을 이 곳 쑤저우에 뒀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만 24억달러로 11개 법인이 공업원구 내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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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총 30억달러가 투자되는 LCD 패널 생산 합작법인도 이 곳에 짓기 시작했다. 새로 짓는 쑤저우삼성LCD 공장까지 완성되면 중국에서도 국내의 아산탕정과 같은 `삼성 타운`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 곳에 위치한 삼성전자 LCD모듈생산법인의 강완모 법인장은 "쑤저우와 삼성전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LCD 패널라인까지 들어오면 쑤저우는 새로운 삼성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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