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아 온 고든 브라운 총리와 노동당은 부양책 공개를 분위기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러나 일단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부양책의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 英, 주택시장 `출렁`..구제책 마련
부동산 정보업체 홈트랙은 지난 8월 영국 주택값이 평균 16만7000파운드(30만5490달러)를 기록해 전월비 0.9%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년비로는 무려 5.3% 급락, 18년래 최악의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련기사 ☞ 英, 집값 또 급락..7년래 낙폭 최대
지속적인 하락세로 인해 영국의 집값은 최고점 대비 10%나 낮아졌다. 아울러 모기지 대출 규모가 전일 신 저점을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인플레, 주택시장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유로존 전체의 경제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이에 영국 정부는 서둘러 주택 부양책을 마련했다. 주택시장 지원 자금 10억파운드를 당초 계획보다 선 집행하는 등 사실상 총 16억파운드(28억50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 투입 자금은 기존 예산에서 공공주택용 자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 야심찬 계획...효과는 `글쎄`
브라운 총리는 "주택 보유자들은 정부가 시장을 살리기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주택시장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시장의 상황에 비해 정부의 구제책은 너무 미비하다`는 전문가들의 반응을 전했다. 전체 주택 거래의 약 20%가 인지세 면제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나, 현 집값 수준이나 추가 하락 전망, 가계의 악화된 신용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혜택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인베스텍의 데이비드 페이지는 "인지세 면제 혜택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현재 주택 가격은 한 달에 1% 이상 빠지고 있다"며 "집값 하락 시 수 주 안에 감세 혜택이 상쇄될 것이기 때문에 잠재적 매수자들이 매매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인지세 감면이 6억파운드의 지원 효과를 낼 것이란 정부의 주장도 비판 대상. 재무부는 약 40만건의 거래를 추정했지만, 이는 현재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 수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시장 뿐 아니라 정부와 업계에서도 우려가 감지된다.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일시적인 인지세 면제나 자금 지원 등의 효과는 제한적일 뿐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영국 은행 및 건설업체들로 구성된 모기지업체위원회(CML)는 역시 "정부의 대책 마련은 환영할 만 한 일이나 주택 매매 숫자 등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고 논평했다.
◇ 지원자금은 어디서?..`후폭풍` 주의해야
야당인 보수당의 조지 오스본 대변인은 "구제책이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총리를 위한 단기적인 회생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경제를 위한 장기적 회생안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한 달 이상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입될 정확한 비용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경제침체 등으로 영국 정부의 현금 실탄이 충분한 못하다는 위기의식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FT는 영국 정부의 차입금 규모가 정부가 스스로 세워둔 한도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히고, 구제 계획으로 인해 영국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