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초입, 경부축 주택공급 확대에 따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로 등 토목공사 현장은 거의 일손을 놓고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판교인터체인지 확장공사 현장은 매일 20여대의 덤프트럭이 분주히 오갔지만 이날 오후엔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덤프트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야적장 한편에는 운행을 중단한 덤프트럭 15대 가량이 주차돼 있다.
흙을 퍼올려야 할 굴삭기(포클레인)도 작업을 중단한 채 현장 한편에 3~5대씩 모여 있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파업에 참여 하지 않은 굴삭기 1~2대만이 현장인부들과 토사 정리작업을 하고 있었다.
판교신도시 주택건설 현장도 토목 현장보다는 비교적 형편이 낫지만 차질을 빚기는 마찬가지. 이미 아파트 골조까지 마무리된 곳이 많아 덤프트럭이나 레미콘 등 중장비 운행 중단의 영향은 적은 편이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재 반입이 안되면서 공정을 바꾼 경우가 많았다.
예고된 파업이었지만 필요한 자재를 미리 비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A9-1공구 아파트 공사를 진행중인 대우건설 황성용 관리부장은 "자재를 많이 사두려 해도 `사재기`라고 단속해 못했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층간 바닥 미장공사를 진행중인 이 현장은 며칠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통한 시멘트 반입이 끊겨 이날 미장 기술인력을 출근시키지 못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겨울엔 추위때문에 양생이 안돼 일을 못하고 조금 있으면 장마철이 돼 일을 하고싶어도 못하게 된다"며 "하루가 아쉬운 판인데 일이 진척이 안돼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파업이 19일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다.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중인 현장은 중소 레미콘 업체로 거래를 돌려 공사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며칠 더 가면 이마저도 끊긴다. 일감이 떨어져 일용직 인력들이 현장을 이탈하게 되면 이들을 다시 모아 작업을 재개하는 데도 1주일 이상 걸린다는 게 건설업체 측 설명이다.
그나마 판교신도시는 나은 편이다. 사업 초기단계인 신도시는 덤프트럭과 굴삭기가 일제히 가동을 멈춘 탓에 기반시설 토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대한주택공사가 시행하는 파주·오산·광명·아산 등 4개 신도시는 하루 투입되야할 덤프트럭 340대 중 단 2대만 가동됐다.
S건설의 파주운정지구 공사 현장도 중장비와 덤프트럭의 수요가 많아 공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주된 작업인 토공사는 거의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대신 관로공사로 공정을 돌렸다. 현장 관계자는 "이번 주는 어떻게 해서든 끌고 나가겠지만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대부분의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공 파주신도시사업단 김규연 차장은 "굴삭기 30~40대와 덤프 120여대가 가동이 안돼 토공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현재 기반시설 공사 공정률이 40%에 조금 못 미친 상태에서 각종 파업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 공기를 맞추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