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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성그룹에 입사 했다가 무역회사인 물산이 아니라 삼성전자에 발령을 받으면 사표를 쓸 정도로 오로지 무역회사만이 ‘내 사랑 그대’였다.
불과 다음해 그 유명한 ‘율산’ 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제세 그룹, 원 그룹, 대봉 그룹 등 수출로 재벌의 반열에 올랐던 스타들이 줄줄이 부도를 내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당시 10대 종합상사라고 정부에서 자랑스럽게 지정했던 업체들 중에서 삼성물산만 남아 있다.
10년이 지난 88년에는 증권회사가 스타덤에 올랐다. 마침 불어 닥친 주식 열풍과 증권회사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증권회사 직원들이 ‘의사, 판검사, ‘에 이어 ‘증사(?)’ 라고 불리면서 사윗감 0순위로 올랐으니 정말 ‘믿거나 말거나’ 다.
10여 년이 지난 99년 벤처 기업들이 선풍을 일으켰다. 코스닥 시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하면서 졸지에 하룻밤 사이에 수 천억을 번 벤처 기업가가 속출하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이제는 벤처 기업으로 몰려들었다.
유명 여배우들이 벤처 기업가가 결혼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벤처 기업에 대한 환상을 얘기하지 않는다. 아직도 그때 서 너 배 혹은 수 십 배의 웃돈을 주고 샀던 비상장 벤쳐 기업들의 주권을 뼈아픈 기억으로 장롱 속에 보관하고 있는 투자가들이 많다.
과거가 교훈이 될 수 있다면 이상과열 뒤에는 항상 쓰라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한심할(?) 정도로 짧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자가 적고 소득의 양극화가 이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나 보다.
10년 주기로 벌어지는(?) 다음 소동에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이상진 신영투신운용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