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포커스)삼성전자-참여연대, 밀릴 수 없는 "한판"

  • 등록 2001-03-08 오후 3:39:18

    수정 2001-03-08 오후 3:39:18

[edaily] edaily는 올해 주주총회의 이슈가 될 사안을 주총 직전일에 요약,정리합니다. 주요 현안이 걸려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소개하며 그 첫번째 순서로 소액주주들에 의해 이사선임건이 주주제안된 삼성전자 주총을 포커스로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삼성전자 주주총회일(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삼성전자 주총은 참여연대가 전성철 변호사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해달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기,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사상 초유의 표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올해 초부터 국내및 해외기관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활발한 설득을 펼쳐 현재 삼성전자 전체 지분중 1.16%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주총의 쟁점은=참여연대가 추천한 전성철 변호사의 비상임 이사 선임 여부가 최대 이슈다.올해 삼성전자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5개.이중 핵심쟁점은 4호 의안인 이사선임의 건이다. 결산(1호의안), 정관변경의 건(2호의안), 스톡옵션의 건(3호의안),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5호의안) 등은 무리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초 전성철 변호사를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추천했으나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같은 안이 거부된 후 전성철 변호사의 이사선임을 주주제안 형식으로 제기했다. 이에반해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학수 이사(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를 후보로 추천한 상태. 참여연대는 이학수 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73%로 국제기준인 75%에 못미친다는 점을 들어 이학수 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의 경영투명성을 위해선 전성철 변호사와 같은 외부인사의 경영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외이사가 안되더라도 비상임이사로 견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영을 잘 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정치인인 전성철 변호사가 어떻게 삼성전자의 이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참여연대의 전략은 = 삼성전자와의 표대결이 불가피한만큼 기관투자가 해외펀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최대한 끌어모을 계획이다. 그러나 10% 내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 대부분은 이미 삼성전자측에 손을 들어준 상태이며 외국계투자가들 역시 참여연대 입장에선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부 연기금이 참여연대측에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나 보유주식수 측면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주총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영투명성 문제를 최대한 이슈화시켜 이를 대외적으로 알린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에 따라선 발언권을 계속해서 신청하는 식의 "필리버스터링(우보전술)"을 통해 주총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방안도 병행할 계획이다. 올해의 경우 주주제안에 필요한 지분도 확보한 만큼 대의명분상에서 밀릴 것 없다는 게 참여연대측 판단이다. 특히 참여연대측 후보인 전성철 변호사의 카운터 파트가 이학수 이사(현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라는 점도 참여연대로선 전의를 불태우는 대목.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기업 투명성을 저해하는 실질적인 배후세력은 삼성의 구조조정본부"라며 "삼성전자측과 얘기가 잘 통하다가도 구조본이 개입하면 틀어지곤 하는 사례가 왕왕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 삼성전자의 전략이라기 보다도 삼성그룹의 전략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 삼성은 그만큼 그룹차원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주총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는 표대결에서 질 것을 우려한다기 보다는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로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훼손당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어쨋든 삼성은 "표대결"이 불가피한 만큼 이왕이면 "압승"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은 이번 주총에 대비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관들에게도 다각도의 협조를 구했다.특히 은행 투신 기관 등을 상대로 집요한 설득 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관들 대부분이 삼성전자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같은 삼성측의 노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 계열 투신사는 "삼성"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지 않은 곳이 드물어 이같은 설득은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설득작전엔 삼성 특유의 논리적인 접근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투신운용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향후 경영계획을 설명하면서 단순한 견제만을 위해 비상임이사를 선임해달라는 참여연대측 주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며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삼성전자측에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간 신경전 확산일로 =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삼성측은 최근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전자가 ISS로부터 기업지배구조상을 수상한 것"을 문제삼자 마침내 감정이 폭발했다. 삼성측은 이례적으로 발표문을 내고 "국내기업이 국제적인 상을 받은 것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상을 준 ISS에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일방적인 흠집내기"라며 "참여연대는 국내기관인가 해외기관인가"라고 참여연대를 격렬히 비난했다. 삼성측의 반발에 별달리 대응하지 않던 참여연대는 그러나 지난 7일 경제 5단체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소액주주 운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발끈했다.이를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재계 전체의 조직적 반발로 인식했던 것.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는 "새벽(경제민주화)은 개(재벌)가 짖는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닭(소액주주)이 울어야 오는 것"이라고 경제 5단체장의 행동에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참여연대와 삼성측과의 감정 싸움이 급기야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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