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을 처음 방문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암호자산이 거시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금 세탁 등 리스크를 방지하는 선에서 암호자산을 적절히 규제하고 잠재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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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화폐: 변화하는 금융환경 탐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IMF가 공동 개최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디지털 방식의 금융시스템이 효율적인 결제 등 장점이 있다면서도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국내 통화 대신 암호화폐 자산을 사용하는 것은 통화 정책의 전달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세금 징수가 불안정해지거나 집행이 어려워지는 등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의 목표는 암호화폐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규칙과 일부 기술을 활용한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난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IMF가 글로벌 금융규제 협의체인 FSB(Financial Stability Board)와 함께 만든 암호자산 규제 관련 보고서에서 지침들을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암호화폐 자산을 법정화폐나 공식 통화로 만들지 않을 것 △자금 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을 포함한 법률 기준을 세울 것 △명확한 세금 규칙 수립 △국제적으로 정책 협력을 할 것 등 내용이 포함됐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은 자금세탁방지법을 개정하고 암호자산에 대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며 “FSB와 IMF는 이러한 모든 측면에서 회원국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같은 규제가 혁신을 억누르는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좋은 규칙은 혁신을 촉진하고 이끌 수 있다”며 최근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거래 인프라를 모색하고 있다고 짚었다. 자산을 블록체인에 항목, 즉 ‘토큰’으로 설정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하는 것은 잠재적인 이익이 클 수 있단 판단이다. 그는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당사자가 접근할 수 있고, 투명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결제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산과 이를 거래하기 위한 계약 간 상호 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자금 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와 같은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자본 흐름 관리와 같은 각국의 정책 우선순위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