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재발, 마음 약해서가 아닌 '뇌신경 유전자' 기능저하 때문

고대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팀, 유전적.뇌신경학적 기전 밝혀
  • 등록 2016-02-24 오전 9:21:07

    수정 2016-02-24 오전 9:21:07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팀이 재발성 우울증의 유전적, 뇌신경학적 기전을 밝혀내며 우울증이 재발하는 환자들의 유전 및 뇌기질적인 취약성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함병주 교수팀(가천의대 나경세 교수, 고려대의대 김현 교수)이 후성유전학과 뇌영상분석기법을 결합하여 연구한 논문 ‘재발성 주요우울장애에서 뇌유래신경영양인자 메틸화와 피질두께’에서 재발성 우울증의 기전을 밝히며 이러한 의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내놓았다.

논문에 따르면 18세부터 65세까지 재발성 우울증 성인 환자 65명과 나이, 성별이 비슷한 대조군 65명을 비교결과, 재발성 우울증 환자들이 정상군에 비해 뇌신경 세포를 성장시키는 단백질중 하나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이하 BDNF)의 메틸화(methylation)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또한, 전전두엽과 후두엽 영역의 피질 두께도 더 얇았다. 특히, BDNF메틸화가 높을수록 전전두엽-후두엽 영역의 피질 두께가 더욱 얇아지는 역(逆)상관성을 나타냈다.

그 동안‘우울증’환자가 적절한 치료로 금방 회복되는 것과 달리, ‘재발성 우울증’환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낮고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그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 왔다.

함병주 교수팀은 뇌안에서 작용하며 뉴런의 재생을 촉진시키고, 뉴런과 뉴런 사이를 유연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정신질환 발병 및 진행을 억제하고 치료효과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보호작용을 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에 주목했다.

이 BDNF가 메틸화되면 뇌신경 유전자의 기능부전으로 뇌에서 제대로 생산 분비되지 못하고 그 보호작용이 약해진다. 결과적으로 우울증의 발병, 진행을 가속화시키고, 치료를 더디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 하는 것으로 우울증의 반복적인 발병, 재발을 촉진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재발성 우울증 환자에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메틸화의 수준이 높을수록 전전두엽과 후두엽 피질의 두께가 얇아지는 역(逆)의 상관성을 보임을 입증하는 등 두 원인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제시한 연구라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함병주 교수는 “우울증 재발은 개인의 의지나 마음이 약해서가 아닌, 유전적?뇌신경학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이 원인임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며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을 단지 마음의 감기와 같은 가벼운 정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발 우울증의 발병기전을 새롭게 규명으로써 우울증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문은 지난 15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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